왜 미국의 전쟁은 대를 이어 계속되는가?

2017-12-28     김도훈
Troops yell in support at U.S. President Barack Obama as he speaks at Fort Bragg in Fayetteville, North Carolina December 14, 2011. REUTERS/Chris Keane (UNITED STATES - Tags: POLITICS MILITARY) ⓒCHRIS KEANE / Reuters

2009년 12월 1일이었다. 젊은 대통령이 웨스트 포인트 연단에 서서, 늘 그렇듯 차분하고 쿨한 모습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아무런 의심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조지 W. 부시의 전쟁은 버락 오바마의 전쟁이 되었다.

앞장선 야심찬 장군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부시 때부터 국무장관 자리를 맡은 로버트 게이츠 등 매파 각료들이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필요에 의한 전쟁’이었고 ‘터무니 없는 전쟁(dumb war)’인 이라크전도 마찬가지였다며 대선 유세를 했던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이제 그는 내륙의 불친절한 전쟁을 어찌 되든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나는 당시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라크에서 정찰소대장으로 복무했던 15개월은 광기와 공허함의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미국인들이 의무적으로 한없이 감사해야 하는 ‘전사’ 중 하나였다. 이라크에서의 경험 때문에 나는 먼 나라에서 국가를 재건한다는 일에 대한 믿음을 영영 잃게 되었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젊고 감동을 주는 상원의원 오바마는 전쟁에 진심으로 반대하는 것 같았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조 바이든과는 달리, 부시 정권이 사담 후세인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길 허가를 내려준 2002년 10월 이라크전 투표로 더럽혀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오바마는 처음으로 이라크 자유 작전을 비판했을 때 대외 정책 관련 전적이 없는 주 상원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시가 세상을 바꾸려는 듯이 몇 년에 걸쳐 모험을 펼친 뒤라, 누구라도 부시보다는 나아보였다.

더욱 부추기는 지금, 그들의 승리(지금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는 멀지 않았을 것이다.

뛰어난 본능?

매파 힐러리와 경쟁함으로써 그에겐 진짜 기회들이 생겼다. 클린턴은 십 년 이상 주요 대외 정책 결정에서 전부 잘못된 선택을 해왔다. 이라크? 지지했다. 아프가니스탄? 한 번 더 ‘대규모 파병’을 하길 바랐다. 리비아? 힐러리는 전적으로 개입을 원했고 독재자 가다피가 죽자 무척 기뻐했다.

어리석다’고 했으며, 계획과 실행 모두 형편없었던 리비아 작전을 비판했다. 리비아 작전 때문에 가다피의 무기가 북아프리카에 퍼져 혼돈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동유럽에서의 러시아의 움직임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군비를 늘리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그가 이런 말들을 진심으로 한 것인지, 그저 힐러리의 전력을 공격하기 위해서 한 것인지는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재빨리 측근으로 기용한 것은 군인들에게 어떤 일을 저질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더욱 큰 문제는 군비 증가, 다양한 형태의 공습, 특공대 작전, 전반적인 호전성이 ‘대통령다워’ 보이며 미국인들에게 잘 먹힌다는 걸 그가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방금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시리아의 정부군 공군기지에 크루즈 미사일 수십 발 발사를 지시하자, 워싱턴 포스트 컬럼니스트이자 CNN 호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조차 ‘대통령답게’ 행동했다며 칭찬했다. 전쟁과 공포는 잘 팔린다. 특히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가득한 2017년의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걸 도널드 트럼프만큼 잘 이용해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전쟁은 해가 지날 수록 더욱 많아질 거라 봐도 좋다.

트럼프의 전쟁은 어떤 양상을 띠나

조금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본능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는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쟁을 원하는 장군들 앞에서 본능은 맥을 추지 못했다.

관심이나 있을까 싶지만) 두 가지가 예상된다. 첫째, 곧 이제까지와 다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둘째, 최근 몇 년 간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는 패배에 가까운 교착 상태일 것이다.

제국들의 무덤이 되었고 미군은 이에 대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아프간 시골에서는 카불의 정권을 정당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드문 것 같다.

현장에 있는 트럼프의 장군과 부대들은 이러한 어려움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3천 명, 심지어 5만 명을 더 투입해도 교착 상태는 여전할 것이다. 베트남전 이후에 나온 B-52 폭격기들을 풀어 시골을 폭격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2011년과 2012년에 그 곳의 미국인들은 10만 명이 넘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우리가 현재의 ‘전략’으로 얻은 것은 정체 뿐이다.

민간 도급업자들도 있다. 미국이 14년째 펼치고 있는 이라크 관련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원칙은 무엇인가? ISIS 격퇴? 그건 최소한 종래의 방식으로는 (거의) 이루어졌다.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ISIS는 지금도 횡행하지만, 소위 칼리프 국가로서의 ISIS는 무너졌다. ISIS 2.0을 피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를 갖춘 시아파 군벌의 성장과 확장을 막기 위해 이라크를 안정시키려면? 15만 명이 실패했던 일을 수천 명의 군인으로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말라.

이라크전의 유일한 승자는 이란이었다. 친화적이고 시아파 위주인 이라크 정부는 이란의 구미에 잘 맞는다.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린 미국은 이란의 지역내 영향력을 확실히 강화시켜 주었다. 핵심은 이라크에는 아직 남은 숙제가 많고, 미국은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군이 이라크에 언제까지고 머물러 있는 것은 이라크의 수많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세상 사람 누구나 그렇듯, 아랍인들은 최소한의 점령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점령의 공식적인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미군 부대가 언젠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길 바랄 뿐이다. 최근의 역사를 보면 그 공격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주로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군사력이 있다. 미국이 비행기와 대포로 그들을 돕는다. 이들은 ISIS가 수도라고 주장하던 라카를 함락시켰고, IS 세력을 게릴라로 되돌렸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란인들은 모두 쿠르드족을 증오하며, 그들에게 장기적 자치를 허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사드의 군대와 해외 지원 세력이 한 편에, 소규모의 미군과 쿠르드족 전사들이 반대 편에 서 있고, 현재는 미약한 교착 상태가 이뤄진 상황이다. 그러나 곧 ‘우연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산재한 만큼 파국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은 오바마 정권과 마찬가지로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일관된 비젼은 없는 것 같다. 아사드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나? 미국에게 발언권이 있긴 한가? 6년 동안 이어졌던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푸틴, 헤즈볼라가 미국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파트너들을 지원하고 테러리스트 집단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만큼 현지에서의 헌신을 유지할 것이다.” 미군이 언제까지 있을 거란 말인가? 내전이 끝나고, 시리아 시골에서까지 자유민주주의가 꽃필 때까지?

* 현재 트럼프의 전쟁들은 너무나 많다. 예멘, 니제르, 소말리아, 리비아의 비교적 소규모 분쟁들도 여기 포함된다. 미군들은 지금도 가끔 이런 지역에서 죽는다. 미국인들 중 이 나라들을 지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같은 매파조차 아프리카에 미군이 얼마나 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이 앞으로 아프리카에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더 많이 개입할 거라고 하며, 소말리아에 대한 최근 국방부의 계획 등을 보면 그 말은 과연 사실일 것 같다. 장성 출신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썼던 표현인 미국의 ‘대를 이은’ 전쟁은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번지고 있다.

역효과를 낳았다. 가장 가난한 아랍 국가인 예멘에서 미국은 예멘을 봉쇄하고 폭탄 테러를 벌이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편을 들고 있다. 그 결과는 기아와 콜레라 발병이었다. 수백만 명, 특히 어린이들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아랍에서 얻을 수 있는 친구는 없으며, 아라비아 반도에서 알 카에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만 낳았다.

한때 오바마의 것이었던 이 전쟁들은 이제 트럼프의 것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실질적이라기 보다는 겉모습인 것 같다. 오바마와는 달리 트럼프는 부대 수준의 결정을 국방장관과 장군들에게 맡겨 버린다. 게다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파병되는지 대중들에게는 예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기에 별 불만이 없는 것 같다. 전쟁을 직업으로 하는 전사 계급이 미국의 선전포고 없는 여러 전쟁들에 나가 싸우고, 세금은 낮고, 사람들은 별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트럼프는 탄핵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재선될 수도 있다. 그보다 더 황당한 일들도 일어난 적이 있다.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가 그 예다. 그리고 트럼프가 사라진다 해도, 미국의 전쟁은 국방부 예산과 마찬가지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문제다. 오바마 집권 시절 분명해졌듯, 민주당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허핑턴포스트US의 America’s Generational War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