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눈물의 성탄절..."슬픔에 잠긴 제천시민에게 오소서"

2017-12-25     김현유
ⓒ한겨레

“오늘 슬픔과 비통에 잠긴 제천시민에게 오시옵소서. 아멘.”

교인 두 명을 참사로 잃은 충북 제천 시온성교회는 평소와 달리 간소하게 성탄예배를 가졌다. 시온성교회는 이번 참사로 이항자(57) 명예장로와 김태현(57) 권사를 갑작스레 떠나보냈다. 전날에도 성탄 전야제 예배를 취소하고 오후 위로예배만 지냈던 교회는 오늘도 오후 행사를 취소하고 오전 성탄예배만 치뤘다.

시온성교회의 교인이었던 이항자씨와 김태현씨는 사고 당일에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반찬을 만든 후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에 갔다가 참사를 당했다. 두 교인은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를 찾아 제천의 불우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목사는 “예수님처럼 두 분도 소외된 곳에 먼저 달려가서 위로했었다”며 “성탄절의 의미를 실천하신 분들이 먼저 가셨다”고 한탄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교인 김아무개(49)씨도 “제일 활동도 많이 하고 베푸셨던 분들이 이렇게 갑자기 가시니까 경황이 없다. 원래 성탄절에는 이웃을 위한 행사도 하고 축하잔치도 하는데, 오늘은 예배가 끝나고 각자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코레일에서 기관사로 일했던 안씨는 사고가 난 당일에는 등산을 마치고 사우나에 몸을 씻으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에 참석한 안씨의 지인 김아무개(56)씨는 “삼남매를 알뜰히 키운 성실한 아버지였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보낼 줄 누가 알았겠냐”며 눈물을 훔쳤다.

25일에는 참사희생자 안익현씨 외에도 최숙자씨, 채인숙씨 등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26일에는 박한주, 정희경씨 등 희생자 4명의 영결식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