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동물원에 어서 오세요!'

1907년 3월, 일본이 주최한 '도쿄권업박람회'의 '조선관'의 전시 물품 중 하나는 바로 조선인 남녀 한쌍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100여년이 지난 2017년.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행동이, 그것도 같은 한국인 사이에서 벌어졌다면 어떨까요?

2017-12-19     박양현월

1907년 3월, 일본이 주최한 '도쿄권업박람회'의 '조선관'의 전시 물품 중 하나는 바로 조선인 남녀 한쌍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본인에게 사기를 당해 끌려왔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을 '명예 서양인'으로 생각한 일본인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했지요. 자신들이 우월한 종이기에, 재미를 위해 다른 종을 포획하여 전시해도 된다. 이는 근대적 모습의 동물원이 지니고 있는 바탕 이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당시 일본인들에게 조선관은 '조선인 동물원'으로 여겨졌다 해도 과장이 아니지요.

'BJ세야(이하 세야)'는 "이태원 비누파밍 남자형들 막 다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인터넷방송을 개설하고, 이태원 내의 게이 클럽 내부를 촬영하였습니다. 이 방송에서 세야는 모자이크 없이 클럽 내 게이들을 촬영하였고, '예쁘장한 남자분들일줄 알았는데 털보 형님도 있고 그렇다'라며 그들을 품평하였습니다.

비약이다. 라고 말하실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각기 다른 두 사건 아래 깔린 생각의 동일함이, 그리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방식은 같기 때문이지요.

'성소수자 동물원'은 세야가 성소수자들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었으며, 이는 세야가 성소수자를 자신보다 낮은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세야가 성소수자의 아웃팅에 대한 위험을 알았다면 모자이크 없이 촬영 영상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품평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며 편견에 입각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위와 같이 말하지 않았을 것이고,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방송들에서 '남자 1000명과 잤다' '트랜스젠더 X추 썰' 등 성소수자들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으나 자신과 시청자들은 웃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양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본의 '조선인 동물원'과 세야의 '성소수자 동물원'이 과연 무엇이 다를까요?

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억압에 저항한 한 사람은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BJ세야의 구독자 수는 2017년 12월 현재 약 38만명입니다. 

2011년 성과학연구소에서 파악한 국내 동성애자의 수는 약 35만명이며,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파악한 트랜스젠더의 국내 인구수는 최소 5만에서 최대 25만입니다. 최소 40만서 최대 60만명. 양성애자 등의 다른 성소수자 정체성도 포함한다면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대 38만명의 즐거움을 위해 최소 40만명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문화는 과연 행복을 주는 문화이며, 그런 문화를 38만명이 시청하는 나라는 과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