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얼마 전,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자리가 있었다. 처음 보는 분이 나를 글로 먼저 만났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다. 회사 밖에서 내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데다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었다니 행동 하나 말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웠다.

2017-12-12     손수현

얼마 전,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자리가 있었다. 처음 보는 분이 나를 글로 먼저 만났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다. 회사 밖에서 내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데다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었다니 행동 하나 말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웠다. 글을 통해 받은 첫인상은 어떨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상상하고 있을지 긴장한 채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후식을 먹고 나서야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초면에 너무 수다를 떨었나. '생각보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 또 다른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그녀가 만든 나란 사람의 이미지를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쓴다는 걸 자각할 무렵엔, 오래전 일이 함께 떠올랐다. 까맣게 잊고 지낸 날, 친구로부터 낯설디 낯선 말을 듣게 된 날이었다.

고민 끝에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였다. 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니까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 거라고, 그래서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이었는데, 돌아온 말은 '그 고민은 결코 너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운한 게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친구가 만들어둔 나란 사람에 대한 틀. 그러니까, 어떤 일이든 허허 웃어넘기고 어떤 고민이든 알아서 해결하는 사람. 그 틀을 벗어나면 나를 낯설어할 수도 있다는 걸 그 순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를 자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때그때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둔 어느 때의 나로부터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 스스로에게 그 말을 들려줄 수 있길 바란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