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풍력발전기의 꿈

보어텍스 풍력발전기엔 날개가 없다. 거대한 기둥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이 기둥이 바람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한다. 원리가 독특하다. 보어텍스 풍력발전기는 공기의 소용돌이 현상을 이용한다. 소용돌이 현상은 건축가에겐 오랜 세월 동안 위험 요소로 인식돼왔다. 보어텍스 공동설립자인 다비드 슈리오리와 다비드 야니에즈, 라울 인헤니에로는 발상을 바꿨다. '왜 회오리바람을 피하기만 하는 거지? 그걸 에너지로 바꾸면 되잖아.' 그들은 이 발상을 풍력발전기 디자인에 투사했다.

2015-06-07     이희욱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이런 까닭에 전통적 풍력발전기 디자인을 벗어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2012년 새폰에너지는 풍력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충전해둘 수 있는 접시 모양의 새로운 풍력발전기 모델을 선보였다. 시그마디자인이란 대안에너지 기업은 메가폰 모양의 풍력 터빈을 단 발전기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대개는 턱없이 낮은 생산성 때문에 곧바로 시장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혁신의 바람은 디자인 도면만 겨우 스쳐가는 미풍에 그쳤다.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만큼 훨씬 파괴적이다. 보어텍스 풍력발전기엔 날개가 없다. 거대한 기둥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이 기둥이 바람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한다. 원리가 독특하다. 보어텍스 풍력발전기는 공기의 소용돌이 현상을 이용한다. 소용돌이 현상은 건축가에겐 오랜 세월 동안 위험 요소로 인식돼왔다. 보어텍스 공동설립자인 다비드 슈리오리와 다비드 야니에즈, 라울 인헤니에로는 발상을 바꿨다. '왜 회오리바람을 피하기만 하는 거지? 그걸 에너지로 바꾸면 되잖아.' 그들은 이 발상을 풍력발전기 디자인에 투사했다.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제공

보어텍스는 높이 12.5m인 '보어텍스 미니' 모델로 현장 테스트를 거쳤더니 4kW가량 전기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기존 날개 방식 발전기보다 30% 정도 적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보어텍스 발전기는 같은 공간에서 기존 날개 방식보다 2배가량 촘촘히 설치할 수 있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또 이 새로운 디자인이 제조 비용을 53%, 발전기 유지 비용은 최대 80%까지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탄소배출량도 기존 발전기보다 40%가량 줄여주는 친환경 제품이란다. 소음도 적으니, 새나 주민도 더 안전하다. 무엇보다 기존 풍차발전기보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점이 좋다. 보어텍스는 높이 2m에 100W 정도 전기를 생산하는 시제품을 저개발 지역에 우선 내놓을 예정이다. 보어텍스 미니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며, 1MW 이상 전력을 생산하는 대형 모델 '보어텍스 그랑'도 제작 중이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