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언부터 사과까지...문재인과 박근혜, 이것이 달랐다

2017-12-05     김태우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꺼낸 말입니다. 첫 보고를 받은 지 7시간 만입니다. 수백 명이 배 안에 갇혀 바닷속에 가라앉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지시가 아닌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혀 달랐습니다. 사고 이후 첫 발언부터 사과까지, 빠르고 명확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지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 첫 발언: 첫 보고 뒤 2시간 vs 첫 보고 뒤 7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아침 7시1분 위기관리 비서관으로부터 낚싯배 전복사고에 대해 1차 보고를 받고 “해경 현장 지휘관의 지휘 하에 해경, 해군, 현장에 도착한 어선이 합심하여 구조 작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낚싯배 전복사고가 발생하고 56분이 지난 시점입니다. 두 차례의 전화보고와 한 차례의 서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오전 9시25분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발생 뒤 3시간, 첫 보고 이후 2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세월호 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 이전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3년 반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답변서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첫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15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에 만전을 기)할 것, 여객선 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10시30분께는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첫 발언은 오전 10시께 첫 보고 뒤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15분께 중대본 방문 당시 발언으로 봐야 합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데, 그렇게 찾기 어렵습니까?”는 그 질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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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사고 하루 만에 VS 사과 한달여 만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문 대통령 모두 발언 중 낚싯배 전복사고 관련 부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사과는 사고 발생 한 달여가 지난 뒤인 2014년 5월19일 나왔습니다. 그 한 달여 간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을 비난하고 공무원들을 질타했지만 정작 정부와 대통령인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참사 다음 날인 4월17일부터 감지됐습니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던 진도실내체육관(전남 진도군 진도읍)을 찾은 박 전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라고 말했다.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 소식을 기다려달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월21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여기에 사고를 발생시킨 구조적 문제를 미리 개선했어야 하고 재난 대처 컨트롤타워를 대표했어야 하는 대통령 본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해경 ‘늑장 출동’은 아쉬워

해경이 밝힌 이유는 장비 고장과 항로 제약입니다. 아침 6시13분께 사고 상황이 전파됐고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에 이동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인천구조대 2척의 구조정 중 낮은 수심과 야간에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신형은 고장 난 상태였습니다. 기상 상황 등으로 구형 구조정 역시 운항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구조대는 육상에서 이동한 뒤 민간 선박을 타고 사고지점까지 이동했습니다. 여기에 꼬박 91분이 걸렸습니다.

특수구조대 왜 늦었나 했더니…장비·항로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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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대규모 재난과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 상황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까지 갖는다. 실질적으로는, 국가 원수이자 행정수반이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지휘, 감독함으로써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고, 인력과 물적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으므로, 구조 및 위기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로 구조 작업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하며,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정부가 위기 상황의 해결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음을 알 수 있어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그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

“국가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