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유골 발견을 늦게 밝힌 해수부 관계자를 선처해달라는 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다

2017-12-04     김성환
ⓒ청와대/facebook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 전날 발견된 ‘유골'을 숨긴 일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페이스북에 '두 어머니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보면,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의 어머니는 당시 유골 발견에 대한 보고 누락의 책임이 있는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들을 언급하며 "아픔 속에 장례를 치르는 가족, 찾았지만 다 못 찾고 찾은 것이 있다 해도 못 찾은 가족을 생각해서 내려가지도 못 하는 가족을 배려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책임자인 이철조 단장님, 김현태 부단장님이 잘 마무리 되어서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세월호 가족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머리숙여 부탁드린다"고도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는 지난달 17일 손목뼈 한 점을 수습하고도 이를 유가족 등에게 즉각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22일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김현태 부본부장은 '한겨레'에 “유가족의 심적 동요를 우려해 손목뼈 수습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다. 우리가 바로 말했다면 (우리 입장에선) 차라리 편했겠지만, 손목뼈가 미수습자의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날 경우 유가족이 더 상심했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故 이영숙씨의 뼈로 확인된 바 있다.

아래는 청와대가 공개한 편지의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하는게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은화, 다윤 엄마입니다.

대통령,님

생존자는 트라우마, 유가족은 진실규명, 미수습자는 가족을 찾는 것... 2014년에 머물러서 은화, 다윤, 현철, 영인,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혁규 부자, 이영숙님을 찾아달라고 3년 넘게 외치고 못 찾을까봐 두려움에 떨었던 엄마입니다. 각자 입장과 처지가 다르고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다고 얘기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내 아픔이 제일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별식으로 은화, 다윤이를 보낸 엄마들이 이별식 후에 (유골이) 나오면 언론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10월에 나온 (유골이) 은화, 다윤이로 밝혀진 것도 언론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찾은 가족에게는 다행이지만 아직 못 찾은 가족에겐 고통과 찾은 게 부러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철조 단장님과 김현태 부단장님이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면 장례를 치르고 장관님, 가족들과 선체조사 위원장님께 알리지 않았으리라 생각되고 과연 이 두 분이 얻을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픔 속에 장례를 치르는 가족, 찾았지만 다 못 찾고 찾은 것이 있다 해도 못 찾은 가족을 생각해서 내려가지도 못 하는 가족을 배려한 것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 오늘 해수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현장 책임자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사람을 중요시 여기시는 대통령님의 배려로 현장에서 수고한 부분이 반영되길 바랍니다. 은화, 다윤 가족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또다른 가족이라 생각 되거든요.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 적폐는 절대 아닙니다.

은화, 다윤 엄마는 목포 신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마음에 짐 없이 데려오고 싶습니다. 이영숙님 아들 경태 삼촌도 이렇게 언론에 나온 것이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못 찾은 가족들도 고의적이지 않고 악의가 없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나온분들 중에 한 분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2017년 11월 30일 은화, 다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