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인터뷰 왜곡,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나?

몇 달 후 홍 위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블로그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홍 위원은 이때 이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했다고 논설에 썼으나 이 교수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는 블로그 글의 내용이 틀렸다고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일절 없다고 한다. 그 사과는 자신의 글이 2만 회 이상 조회되는 와중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미안함에 관한 것임을 밝혔다

2017-11-30     홍형진

 홍수용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눈 대화를 발판으로 '어느 진보의 사과'라는 제목의 논설을 냈다. 이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16분에 걸쳐 다섯 차례나 사과했다며 '좌파 진보의 프레임'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데 이 교수는 해당 논설이 실제 통화내용을 크게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발단은 홍 위원의 이전 글에 담긴 아래 문장이다.

- [홍수용의 다른 경제]법인세의 진실, 노무현은 알았다. 동아일보

 이 글은 2만 회 이상 조회되며 여기저기 공유됐다. 그러다 몇 달 후 홍 위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블로그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홍 위원은 이때 이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했다고 논설에 썼으나 이 교수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는 블로그 글의 내용이 틀렸다고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일절 없다고 한다. 그 사과는 자신의 글이 2만 회 이상 조회되는 와중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미안함에 관한 것임을 밝혔다. 해당 대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그래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다시 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정말로 미안하다고 몇 번씩 사과를 했습니다. 홍 논설위원의 글에서 여러 번 사과했다는 것은 내가 잘못된 글을 써서 미안하다는 사과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런 의도는 손톱만큼도 없었습니다. 그 전화 통화에서 그런 의미의 말을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구요. 그것은 의도하지 않게 어떤 개인에게 상처를 입힌 데 대한 인간적 사과였습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의 표현으로 그 글을 내리겠노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블로그

 결국 이 교수는 블로그 글을 내렸고 그를 확인한 홍 위원은 문제의 논설을 내놓았다. 이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글을 지웠다며 이젠 프레임을 벗어나 진보, 보수의 편 가르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왜곡이자 부당한 저격이다. 타인의 배려를 악용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가 활용한 지면은 발행부수 91만 부에 달하는 메이저 언론의 논설이다. 파급력 측면에서 개인 블로그 글은 어찌 비길 수 없다.

 나도 일전에 경미한 왜곡을 경험한 바 있다. 어느 언론사의 요청으로 음악시장에 관한 전화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시 난 "음악 평론가도 음악 칼럼니스트도 아니고 그냥 음악 애호가"라고 확실히 밝혔다. 그러나 방송에 '소설가 겸 음악평론가'로 나가며 다소 난처해졌다. 실제로 난 음악 관련 매체에 글을 기고할 때도 해당 직함을 거부하고 소설가 또는 작가만을 고집하는 입장이다.

 내가 겪은 건 사소한 수준이어서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해 명예훼손 등에 이르는 경우는 일이 심각해진다. 개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실력을 행사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주변인, 네티즌 등의 따가운 시선에도 혼자 끙끙 앓으며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게 현실적인 선택지다. 그나마 블로그, SNS 등 양방향 소통 매체를 통해 어찌 항변이야 해볼 수 있겠으나 저명인사가 아닌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 이 글은 홍형진 님의 페이스북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