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조합원에서 이사장으로, 수강생에서 환경교육강사로 변모한 삶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는 47석 뿐이다. 그 외는 1등만하면 당선 되는 지역구로 채워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2017-11-24     비례민주주의연대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그 사이 아이가 태어났다. 마을 모임을 통해 생협이 돌아가는 소식과 각종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마침 여성환경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환경건강관리사 양성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생활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궁금했다. 갓 돌이 지난 19개월 된 딸을 업고 매주 강의를 들으러 나갔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먹거리 문제에서 환경 문제까지 관심사가 넓어졌다. 2006년의 일이다.

생협 조합원에서 시작한 활동이 지금은 생협 이사장이라는 역할로, 강의를 듣는 수강생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교육활동가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이 확장되고 변모했다는 느낌이 든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기도 하고.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회의체 혹은 회의 문화를 제대로 처음 접한 것은 생협을 통해서였다. 이전가지 학교나 직장에도 공식적인 회의 구조가 있긴 했지만 그건 지극히 형식적이었으니까. 조합원 서너명이 모인 마을 모임에서 출발해 지금은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수다로 시작해 정보를 교환하던 장에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민주적 소통을 훈련하게 된다. 이와 같은 끊임없는 교육 기회, 정보 제공과 훈련의 장이 누구에게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은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조직에 관여하게 된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움직임이 자발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물론 그렇게 발을 들이다보면 어느새 수렁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도 있지만(웃음). 그래서 아이쿱 생협에서도 조합원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마을 여성들이 주체적/개별적 판단을 경험하고, 자신이 믿는 이상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말씀 들으니 어떤 것이든 교육이 참 중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최근 생협에서 기획한 교육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그 질문 하려고 찾아온 거 잘 안다(다시 웃음). 일단 나는 정치에 대해 늘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선거에 대해 막연히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있었지만, 정치적 스트레스도 강해서 잘 알아보려 한 적이 없었다. 강의를 듣고 나니 참 당연하고 상식적인 문제인데, 그 동안 내가 간과 하고 있었던 측면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종로구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강의

선거 제도와 관련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지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강의를 듣고 명확해진 부분은 정치 구조, 선거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는 47석 뿐이다. 그 외는 1등만하면 당선 되는 지역구로 채워진다. 비례대표제의 비율이 이렇게 형편없이 낮은 줄 그 동안은 몰랐다. 비례대표제가 고작 악세서리 처럼 존재하고 있었다니. 비상식적인 정치 제도 속에 살면서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저도 현행 선거 제도에 대한 비판과 제안이 있었다고 하는데 참 답답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는 중

만약 비례대표제가 확대된다면 기대하는 변화 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비례대표제가 확대 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혁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의 급여도 건드려야 한다고 본다. 이권은 돈과 연결된다. 정치인이 특권층이 아닌 사회 봉사직이라는 소명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과하게 측정된 특권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살짝 언급되긴 했었는데. 의회 정치에 대한 경험 혹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회 정치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물론 나도 대의민주주의의를 조직 내에 실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제도 자체의 한계는 분명 느낀다.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메꾸기 위해 감시와 관리, 감독 시스템은 필요하다. 생협 조합원 6천 명 모두 조직의 정체성을 동일하게 이해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의 명분과 희생으로 조직이 굴러가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역사의 큰 도약을 가져오진 못해도 민초로서 도약의 발판이 되는 주춧돌을 닦는 일은 누가 하든 필요할테니까.

100인 인터뷰의 20번째 외침 ⓒ비례민주주의연대

마지막 공식 질문이다. 현재 삶의 화두는 무엇인가?

아이쿱 생협의 이사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아무리 하찮은 자리라도 '권력의 맛'이라는 게 있다는 걸 실감한다. 나름 명예직이다 보니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냥 활동가, 조합원으로 가서 이야기 할 때랑 한 법인의 이사장으로 가서 이야기 할 때랑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대우가 달라진다. 이사장 되고 처음 몇 개월은 적응이 잘 안 되었다. 요즘은 이런 권력 맛에 빠지면 계속 누리고 싶겠구나 싶고, 정치인이 기득권을 안 내려놓는 이유도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이런 권력의 맛을 여성이 더욱 겪어봤으면 좋겠다. 겸손, 사양이 몸에 베어 있는 여성들일수록 자발적으로 권력을 맛 봤으면 좋겠다. 단순한 권력 지향이 아니라 권한에 대한 책임을 경험하고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