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모호한 환상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며,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질적으로 공유경제란 '효율의 극대화'라는 경제논리와 다름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2017-11-14     음성원

[에어비앤비가 만드는 공유도시①]

지난 6월28일 서울 신촌 연세로를 걷던 중 이런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발견했다.

사실상 '임대폰'인 셈이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이를 '무료 구매'라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많은 이들 역시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이미 이런 행위를 계속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구매했다가 2년 정도 쓰고 난 뒤에는 중고로 팔아버리고, 다시 새 제품을 사는 익숙한 패턴이 그것이다. '갤럭시S8 무료 구매 찬스'라는 문구는 이 같은 행위를 조금 더 극적으로 포장해 상품화했을 뿐이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소유인가, 임대인가, 아니면 공유일까?

지난 6월28일 서울 신촌 연세로의 통신사 매장 모습. '갤럭시S8 무료 구매 찬스!'란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디지털테크 분야 분석회사인 주니퍼 리서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시장 규모는 올해 186억달러(한화 2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모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의 매출을 토대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후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접근성이 대폭 확대되었고, 기존 자원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공유경제 확산의 배경으로 문화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새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가 주도하고 있다. 밀레니얼은 소유보다는 경험과 이벤트,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스트리밍(실시간 전송)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집을 살 수 있는 자본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성도 과거 세대보다 덜 느끼며 만남을 중시한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한다.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공유경제가 이 같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모호한 환상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며,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질적으로 공유경제란 '효율의 극대화'라는 경제논리와 다름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기존 자동차나 정수기 렌트 등은 기업과 개인 간의 공유경제 모델이다. 임대인 듯, 공유 같기도 한 스마트폰 시장은 기업과 개인 간 거래(C2P)는 물론이고 개인 간 거래(P2P) 모두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유경제 모델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유경제 간의 접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모델은 최근 공유경제의 부상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주택 모델에서도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주택인 '올드오크'나 '위리브' 같은 건물의 특징은 공유공간을 최대한 화려하게 만들어 눈길을 끌지만, 실제 건물 용적률을 대다수 차지하는 공간인 숙소는 매우 비좁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꾸며 놓는다는 점이다. 공유주택 개개인이 지급하는 비용이 N분의 1씩 모여 화려한 공유공간을 만들어내고 심리적 만족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이 개인 간 거래의 혁신과 공유경제의 흐름을 만들어낸 플랫폼 시대를 연 것과 마찬가지로 공유도시라는 플랫폼 역시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우리 개개인 삶의 질은 바뀔 수 있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설계해 나갈 새로운 트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