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민'이 되는 네 가지 방법

'에너지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에 직접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내가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거나, 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해 공동체 에너지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죠.

2017-10-12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에너지 전환'은 사실 우리 삶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죠. 에너지 전환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이어야 합니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에너지 전환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습니다. 이 에너지 전환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공유하게 될 모든 사람들과 함께 결정하고, 그 이익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시민 참여!

한 예로,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가 발간한 보고서(Headwind and Tailwind for Community Power, 2016)는 2011년 독일에서 시행된 조사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 주민이 소유하고 관리하며 결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공동체 소유의 풍력 발전소[1]에 대해 62%의 주민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오직 1%의 주민만이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반면, 상업적 풍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은 지역 내 풍력 발전소에 대해 오직 26%만 긍정적으로, 47%는 '중립적', 그리고 27%의 주민은 '부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을 이끌 주인공, '에너지 시민'

내가 사는 곳 또는 주위에 있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소들이 내가 쓰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뿐만 아니라 남는 전력을 판매하는 거죠. 더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 생산과 저장, 그리고 공급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에너지 생산, 저장, 공급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에너지 시민' 또는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라고 부릅니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 소비자(consumer)가 동시에 생산자(producer)라는 의미에서 컨슈머(consumer)와 프로듀서(producer)가 합쳐진 표현입니다.

'에너지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에 직접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내가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거나, 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해 공동체 에너지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죠.

The potential of energy citizens in the European Union)[2]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데 있어 '에너지 시민'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수요 반응과 에너지 저장에 참여함으로써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시민'이 되는 네 가지 방법

하나. 내가 쓰는 에너지는 내가 생산한다 ('베란다 태양광')

요즘은 지자체별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서울특별시 햇빛지도).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200W~300W급 태양광 발전기 경우

  • 20만원 대에 설치 가능.
  • 260W급 발전기 = 연간 양문형 냉장고 한 대 소비전력량(200kWh 정도) 생산.

    월 5,350원, 연간 64,200원 정도의 전기료 절감 효과[3]

  • 태양광 발전기 수명은 약 20년 정도. 따라서 장기적으로 꽤 큰 절약 효과.

둘. 공동체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 에너지 협동조합)

모든 조합원은 발전 시설의 소유자이며 출자금의 규모와 상관없이 공동체 에너지에 관한 의사 결정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판매함으로써 얻은 공동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할당되거나 공동체 운영에 재투자됩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수익 뿐만 아니라 주민 참여를 통한 에너지 전환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 활동이나 교육 등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일, 덴마크 등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들은 이미 수많은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수익을 지역 내로 환원함으로써 재생가능 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이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입니다. 많은 곳들이 '햇빛 발전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셋.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재생가능 에너지 펀드)

서울에너지공사 옥상에 설치 예정인 약 100kW 규모의 양천햇빛공유발전소는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12개월 만기에 연 수익률은 7.5~8%(세전)으로, 최소 10만 원부터 투자 가능했던 이 상품은 투자 신청 개시 55분 만에 1.8억 원 전액 모집을 완료했습니다. 발전소 지역 주민에게는 연 0.5%의 우대 금리를 제공해서, 지역 주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지역 주민 수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죠.

넷.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를 행사한다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기)

국내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20대 기업의 연간 전력 소비량만 원전 약 10기 분량에 해당할 정도로(2012년), 국내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무척 큽니다. 특히 1, 2, 3위에 속하는 기업인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의 전력 소비량은 각각 원전 1기 분량(원전 1기를 약 1기가와트로 계산할 경우)에 맞먹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이 연간 총 원전 3기 분량의 전력을 사용하는 셈인데, 만일 이들 기업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전력 소비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사용 전력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우리 사회에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시민의 요구로 기업이 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린피스가 2010년부터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던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개의 IT기업이 '100%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약속했습니다. IT산업의 변화는 다른 산업에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은 수많은 시민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관련 글: 잘나가는 기업들의 특징, '재생가능에너지'에 적극적)

'에너지 전환 가능할까?' 아닌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할 때)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합니다.

글 | 이진선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2017년 10월 10일 슬로우뉴스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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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문에서는 'community wind'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community wind'의 조건으로서 공동체 소유, 결정 권한, 이익의 공유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 포함되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서울시 월평균 전기 사용량인 월 304kWh로 계산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