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해결의 최대 장애물은 '어린이 같은' 트럼프일지도 모른다

2017-10-10     허완
WASHINGTON, DC - JULY 31: President Donald Trump stands with retired Army medic James McCloughan before bestowing the nation's highest military honor, the Medal of Honor, to him at a ceremony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Monday, July 31, 2017. (Photo by Jabin Botsford/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이례적인 서한 하나가 소개됐다. 미국 공군 전직 핵무기 담당 장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였다.

"다수의 공화당 및 민주당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그 유명한 '레드 버튼'을 다룰 경험, 기질,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그 우려에 공감한다."

트럼프의 '레드 버튼'

"대통령만이 핵무기 발사를 명령할 수 있다. 이 명령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며, 미사일이 발사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대통령의 오판, 충동적 결정, 나쁜 판단의 결과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났다. 이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실이 됐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화염과 분노'라는 조율되지 않은 표현을 즉석에서 꺼내는가 하면,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운운했다.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유례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 때마다 수습에 나서야만 했다.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백악관이 성인 어린이집이 됐다"

동료 의원에 따르면,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테네시)은 한 때 여당 의원들 중 그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눠왔던 인물이다. 그는 초창기부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몇 안 되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 하나였다.

꽤 컸다.)

9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곧바로 응수했다. "백악관이 성인 어린이집이 됐다니 수치스러운 일이다. 오늘 아침 (어린이집 교사) 누군가 분명 출근을 안 한 모양이다." 트럼프를 '어린이'로 치부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가 자신을 공개 비난한 이후에는 작심한 듯 독설을 쏟아냈다. 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다.

이건 단순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아니었다. 한 때 최측근 중 하나였던,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2선 의원이 (뒤늦게?) 털어 놓은 증언이자 목격담이다. "대통령은 나를 우려스럽게 만든다.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우려스러울 것이다."

1페이지짜리 보고서

예를 들면 관계자들이 제보한 것 중에는 트럼프에게 브리핑하는 자료에 대한 내용도 있다.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는 긴 글을 읽기를 싫어한다고 익명의 백악관 보좌관이 허핑턴포스트에 밝혔다. 그래서 1페이지를 넘으면 안 된다. 중요 항목들을 정리해야 하지만 한 페이지당 9개를 넘으면 안 된다.

허프포스트 2월9일)

8일 NBC 'Meet the Press'에 출연해 한 얘기다. 그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대통령을 위해 준비가 다 되지 않은" 정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진행자 : "모순되는 정보(를 보고 받았다는 건가요)?"

NBC 'Meet the Press' 10월8일)

'강해보이는 지도자'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트럼프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8월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참고 자료 중 하나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정한 외교 정책 독트린에 매여있지 않은 대통령"이며, "스스로 강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보일 수만 있다면 (다른 의견에) 설득당할 의사가 있는" 인물이다.

미군 지도자들도 인정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이 초래할 파멸적 결과는 익히 알려져 있다.

어느 쪽이든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북핵 위기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대통령일지도 모른다는 건 꽤나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