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아보니 한국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 부정부패를 보면서 '한국은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동시에 또 국민들이 나서서 시위를 하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멋지구나'라고 생각했죠.

2017-10-10     김병철

결혼식 전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 사진제공=박은영

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년간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이민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하고자 한다.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외국 식당에서 물 한 잔을 마셔도 돈을 내야 하고, 거기다 팁까지 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생소했던가. 반대로 한국에 온 외국인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반찬을 추가로 요구하는 한국인의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비주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경험은 소수자에 대한 공감력,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도 된다. 이민자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래서 항상 흥미롭다. 이번엔 처음으로 국제결혼한 이민자를 만났다. 베를린에서 독일인 남편과 딸 래아와 함께 살고 있는 박은영씨가 그 주인공이다.

-소개를 좀 해주세요.

-한국에 오면 독일과 다른 점이 더 잘 보이지 않나요?

근데 한국에선 금요일 오후에 갔는데 30분 만에 끝났어요. 은행 계좌 여는 것도 30분 만에 다 끝났고요. 예약할 필요도 없고 다들 너무 친절한 거예요. 남편이 너무 놀랐죠. 가기 전에 저한테 "금요일 오후인데 예약 안 하고 가도 되냐?"고 물었거든요. 근데 30분 만에 끝나니까.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될 수 있지?"

로버트가 또 신기해한 건 '1330 관광통역 전화번호'예요.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통역해줘요. "이런 게 있는 한국은 너무 대단하다."고 해요. 로버트와 있으면 한국의 새로운 면을 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점도 보이고요.

-저도 여러 나라에 사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의 행정 서비스가 탁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근데 그 이유가 뭘까요?

-지금까지는 좋은 점 위주로 말씀해주셨는데, 안 좋은 점도 꽤 보이죠?

인터뷰를 마친 후 때마침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는 택시를 만났다. 유모차를 밀던 은영씨는 사진 속 보행자들처럼 택시를 돌아서 길을 건너야 했다. 사진=김병철

다른 한 번은 카센터에서 무슨 통 같은 걸 인도에 세워둔 거예요. 한국 사람이라면 그냥 돌아서 지나갈 텐데 로버트는 그 선을 뽑아버렸어요. "저 사람들이 불법인데 이 정도 복수는 해야 한다"고요. 가게가 인도를 점유하는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거예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골목. 인도를 만들기엔 골목이 너무 좁다. 사진 제공=박은영

한국이 너무 빨리 발전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죠. 1970년대와 2020년이 섞여있다랄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서울 공덕에 살아서 그런지, 옆에는 높은 아파트가 으리으리한데 공덕 재래시장만 가도 완전히 다르거든요. 옛것과 새것의 드라마틱하게 공존한 곳. 서울에 살던 외국인 친구들이 모두 하던 말인데 그땐 못 알아들었거든요. 근데 독일 살다 와서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독일의 삶은 어때요?

-외국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 모습이에요?

대부분 방탄소년단 팬 청소년인데요.. 한국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해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고,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고요. 한국 사람은 예쁘고 옷도 잘 입는 모든 게 환상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베를린의 한 전철역에 있는 매대. 눈높이에 맥주가 즐비하다. 사진=김병철

-은영님이 외국에서 미디어로 접한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독일과 한국이 일상에서 다른 점은 뭔가요?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가 대신 주문해준 저녁 메뉴가 맛없다고 불평을 했어요. 말을 뱉고 너무나 후회하고 미안했죠. 회사의 위계질서가 나를 괴물로 만드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자책했어요. 회식하면 높은 분이 가운데 앉아서 나머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분의 재미없는 농담만 계속 들어야 했죠. 사원, 대리, 과장, 차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윗사람이 말하면 '노(No)'라고 못하는 분위기.

-저는 '막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막내'라고 부르면서 그 직책이 해야 할 역할을 부여하잖아요. 식당 가면 수저 놓고 주문해야 하고...

베를린의 상징인 '신호등 아저씨' 암펠만(Ampelmann). 사진=김병철

-독일의 교육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 자녀를 독일로 무용, 미술 유학 보내는 부모님들을 만났는데요. '차라리 사교육비를 모아서 나중에 아이 사업자금으로 해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초등학생부터 월 200만원은 드니까 그거 모으면 10억원이 된다는 거예요. 그런 거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아이의 인권도 빼앗기는 거잖아요.

입시 제도도 많이 다르고요. 독일 대학은 입학이 쉬운데 졸업이 되게 어렵거든요. 입학생의 20~30%만 졸업하고 대다수는 1, 2학년에 관둔대요. 수업이 따라가기도 힘든데, 같은 과목을 3번 이상 낙제하면 다시 못 들어요. 등록금이 무료잖아요. '너가 공부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거죠. 1, 2학년 때에는 200~300명이 수업을 듣다가 3, 4학년이 되면 학생이 빠지면서 소규모 수업이 된다고 해요.

독일 베를린 파리저 광장(Pariser Platz)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 사진=김병철

-독일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있으세요?

-독일에도 학원이나 과외가 있나요?

한국은 보여주기 행정을 잘하죠.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건 잘 안 되어 있잖아요. 구조를 바꾸지는 않으면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 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독일은 (행정)서비스는 형편없지만 아픈 사람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걸 잘 되어 있어요.

-독일인 남편과 살면서 놀란 점이 있나요?

집에서도 뭘 고치는 건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구 좀 갈아' '이것 좀 해'했더니, 저에게 전동공구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자전거 수리하거나 가구 조립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자가 못하는 건 없다." 이렇게 남녀 평등적인 게 있어요. 근데 가끔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너무 칼 같으니까 "얘가 날 사랑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육아에 대한 룰이 있나요?

이유식도 처음엔 점심은 로버트가 만들고, 저녁은 제가 만들었어요. 근데 점심은 오트밀과 과일이고, 저녁은 야채가 들어가서 오래 걸려요. 제가 이걸 얘기하자 "그러면 일주일마다 점심, 저녁 당번을 바꾸자"고 했어요.

-집안일에 대한 분담도 있나요?

-독일의 출산, 육아는 어떤가요?

출산 전 출산 고통을 모른채 분만실에서 해맑게 찍은 사진. 사진제공=박은영

-영국의 무상의료가 유명하지만 오래 걸린다는 불만도 있던데요.

독일에선 래아 태어난 다음에 소아과 병원 8군데를 다니면서 래아의 주치의가 되어 달라고 신청했거든요. 근데 예약해도 가서 1시간 기다려야 하고, 예약 안 하고 가면 4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시부모님과는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그게 문화충격이었어요. '내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냐'고 생각해요. 저는 산후조리도 한 후에 친정어머니가 한 달 와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독일 친구들은 그걸 이해 못하더라고요. 굉장히 독립적인 걸 좋아해요. 저만 시어머니에게 아무 때도 와도 좋으니 와달라고 하죠. 시어머니는 그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시어머니는 '독일 며느리라면 눈치 봐서 잘 못 볼 텐데 너라서 (래아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다른 건 시어머니는 래아에게 뭘 먹일 때도 제 허락을 꼭 받으세요. 근데 우리 아빠, 엄마는 그냥 래아를 데리고 산책을 가죠. 그러면 로버트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하루동안 히잡을 쓰고 베를린 "아랍타운"에 갔다. 사진제공=박은영

-독일에서 소수인종으로 사시는 건데요. 인종차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면 터키계 독일인은 항상 이 질문을 받아요. 너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 정말 유창한 독일어로 '나 독일에서 태어난 독일 사람'이라고 하죠. 그러면 독일애가 다시 "아니 너 진짜 출신이 어디냐"고 다시 물어보죠. 그러면 터키계 독일인들은 정말 열 받거든요.(미국에서 동양계 미국인이 받는 질문과 똑같네요.)

그리고 백인우월주의가 너무 강해요. 저는 아기 정체성이 걱정되거든요. 어느 곳도 속하지 않잖아요. 저는 아이와 닮은 인형을 사주고 싶은데 한국 와서도 백인 인형밖에 없어요. 육아 서적에 나오는 사람도 대다수가 백인이에요. 이런 게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내 눈은 찢어졌는데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인형은 쌍꺼풀 가진 백인 같은 인형인 거잖아요. 저는 그것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해요.

박은영씨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그의 독일 생활을 더 볼 수 있다.

동서독을 갈랐던 베를린 장벽의 일부. 사진=김병철

베를린의 한 카페. I ♡ BERLIN. 사진=김병철

베를린 슈프레강가의 주말 밤 풍경. 사진=김병철

독일 베를린. 사진=구글 맵스 캡처

[독일]

- 기본정보

o 면적 : 357,112㎢(한반도의 1.6배)

o 종교 : 개신교(30.8%), 천주교(31.5%), 이슬람교(4%)

o 화폐 : 유로

출처 : 외교부

- 워킹홀리데이 정보

o 관련 사이트 :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 이민 정보

o 노동허가, 체류허가 : 코트라(KOTRA)

o 관련 사이트 : BAMF

글쓴이의 한 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이야기는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합한 분을 알고 계시다면 추천해 주세요. 이민생활을 했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사시는 분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