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세탁기 수입 탓 피해"...한해 1조원 대미 수출 비상

2017-10-06     강병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해 연간 약 1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세탁기의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제품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압박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이날 산업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세이프가드는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세이프가드는 수출가격덤핑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최근에 갑자기 뚜렷하고 현저하게 급증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긴급제한하는 조처다. 긴급수입제한 조처로는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인상 △수입수량(쿼터)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한 수입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 등이 있다. 미 국제무역위는 오는 19일 ‘구제조처’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에 구제조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월풀의 청원 이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를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미 국제무역위의 ‘피해’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엘지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 국제무역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2일에는 한국·중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처를 받아들이면,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