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잡혀서 더 낸 통신비 4조원, 통신기자의 ‘호갱 탈출법'

2017-10-01     김태우

상담원은 전화번호와 신분증으로 가입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더니 “밴드데이터29 요금제를 쓰고 계시네요. 음성통화를 많이 하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은 통신사를 이용한다. 2014년 11월 지점에 들러 이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바꾸고, 약정기간 만료로 혜택을 못받던 각종 요금할인을 받는 등 월 5만원대 통신요금을 2만원대로 낮추는 ‘대박’ 경험을 했다. 당시 아내와 아이들도 이통사 고객센터(휴대전화에서 국번없이 114)로 전화해 상담 뒤 통신요금을 각각 월 5천~2만여원씩 아꼈다. 어쩌면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뜻)이었던 셈이다.

‘통신 호갱’ 벗어나기 위한 5가지 질문

② 선택약정할인 대상인데 혜택을 못 받고 있나?

(기존 선택약정할인 이용자)

(사회취약계층)

■ 귀찮다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

하지만 이후에는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요구에 ‘인하’ 대신 ‘할인’으로 대응하면서 정부와 이통사가 주장하는 ‘요금인하 효과’와 이용자가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 완화’ 사이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양한 명목의 요금할인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중복할인 금지’와 ‘망신주기’ 절차 같은 장치를 만들어 수혜자를 최소화하고,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할인율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야금야금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요금제가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실제 이용량보다 비싼 정액요금제에 가입해 다달이 꼬박꼬박 사용하지도 않은 요금을 내는 것이다.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월 정액을 내면 일정량의 음성통화·데이터·문자메시지를 기본 제공하는 형태의 요금제에 가입돼 있다. 이런 요금제는 대부분 초과 사용량에 대한 요금이 비싸게 책정돼, 가입자의 실제 이용량보다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갑자기 음성통화나 데이터 사용이 늘 경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안전하게 한단계 높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유통점 쪽에서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킬 수록 이통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장려금)가 커진다. 이통 3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입자들이 실제 사용량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더 내고 있는 요금이 연간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 고객지원센터 5분 방문이면 요금 할인

요즘은 ‘음성통화량과 데이터 이용량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가입한 요금제가 적정한가?’, ‘선택약정할인 대상인데 신청을 안해 혜택을 못받고 있지 않은가?’, ‘(선택약정할인을 받고 있으면) 언제부터 위약금 없이 25% 할인으로 갈아탈 수 있는가?’, ‘미처 못챙기고 있는 다른 할인은 없는가?’, ‘(사회취약계층인 경우) 요금감면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등을 물어보면 된다.

상담시간은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잘 하면 다달이 고급 피자 한판 내지 커피 몇 잔 값만큼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가족 여럿이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영등포지점 상담원은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권리를 챙기는 겁니다. 3~6개월마다 와서 점검을 받으세요”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