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으러 간 곳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야 했다. 정말 충격적이게도 나에게는 오직 한 장면만이 스쳤다. 나는 자식도 평균보다는 많다. 그 아이들이 이미 성년이 된 이때를 맞이하느라 수없이 많은 행사와 기념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많았던 순간들이 단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온 걸까?

2017-09-26     행복공장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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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18] 나를 찾으러 간 곳

처음 들었을 때, 왠지 옛 시대와 현시대를 조합해 놓은 듯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어색한 단어였다. "한 번 가지 않을래요?" 라는 한 번의 꾀임으로 "좋아요, 나 시간 있어요." 라는 확답을 주며 경험하게 된 행복공장 나들이였다.

가이드북 한권을 배부 받아서 가방에 넣고 나를 찾으러 감옥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이 정도는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에서 챙겨주신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는 부담 갖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지만, 방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얼른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이드북을 열었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말한다. 나도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성공도 하고 싶었다.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날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행복을 이루는 길이라 믿으며 살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에 나를 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살지 못한 나를 발견하였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의 고요함을 찾기 위해 열심이다. 틈틈이 책을 읽고, 걸으면서 나를 찾고 있다. 이제는 때때로 스치는 바람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나뭇가지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을 보면서 평화를 느낀다. 80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 새로운 시작을 기뻐해. 니가 행복공장에 다녀온 이후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살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 라고 쓴 것처럼 매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을 믿는다.

산책길에 매실나무 꽃을 보면서 "너무 이쁘지요" 라고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중년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정말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신 분, 우리를 불편 없이 지내게 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던 스텝분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 특별히 작별인사로 가볍게 안아주시던 행복공장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순간 그분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향기가 전해온다.

글 | 유윤숙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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