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공고 교사가 '도제 사업'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다

2017-09-24     박세회

지난 8일 숨진 강원 지역 ㄱ공고 정아무개 교사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남긴 메시지. 유족들은 정씨가 자살한 것은 이 학교 교장이 과도하게 업무를 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제공

“편해지고 싶다. 전국에 도제사업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부의 실적을 위해 학교에서 왜 이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정아무개 교사 카카오톡 메시지)

24일 강원 태백경찰서와 유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씨는 지난 8일 해당 지역 한 야산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 공업 관련 교과 교사로 임용된 정씨는 지난해 3월 강원지역 ㄱ공고로 전근와 지난 3월부터 이 학교 도제부장으로 근무해왔다.

유족들은 정씨가 도제부장을 맡은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아내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편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지난 6월 이후 40도 이상 고열이 나는 날이 많아지는 등 건강악화에 시달렸지만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도제수업용 기업 유치 업무를 하면 수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간강사를 고용하도록 돼 있지만 교장이 반대해 수업과 행정업무를 모두 해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강원지역 한 고교 도제담당 교사는 “도제학교 수만 졸속으로 늘어나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독일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해당 학교가 업체 발굴 및 학생 매칭을 모두 담당한다”며 “매년 평가를 해서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학교별로 실적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강원도는 학생들을 수용할 기업이 적어 부득이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를 다니며 영업사원처럼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씨도 혼자서 도제학교 업무를 하면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에 ㄱ학교 교사 58명 중 45명이 서명해 해당 교장의 파행적인 학교운영방식을 감사하라며 교육청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씨를 아끼는 마음에 그동안 일을 시켰다. 부당한 업무 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정씨는 본인이 원하는 도제부장을 시켰고, 이 일 진행과 관련해 나에게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교육청 감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