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세계 시민상 수상 소감,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받은 것"

2017-09-20     강병진

아틀란틱카운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수상자는 문 대통령과 함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세계시민상을 수상했다”며 “평화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아래는 ‘뉴스1’이 전한 수상소감 전문이다.

뜻깊은 상을 수상하며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님과는 지난 G20에서 만나 양국의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양성평등과 시리아 난민문제에 앞장선 모습에 감명 받았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나는 먼저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국민들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신생국가들처럼 대한민국의 현대사도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로 이어지는 고단한 역사를 이겨냈습니다. 마침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모두 성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전쟁이 휴전되던 해에 태어났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절대빈곤에 시달렸고 민주주의는 요원한 꿈처럼 느껴졌던 시절입니다. 그 시절의 한국에 대해 외국의 어떤 칼럼리스트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에 자신을 헌신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온 몸으로 감당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용기와 결단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는 성숙함으로도 빛났습니다. 시민들은 부상자들의 치료를 위해 줄을 서서 헌혈을 했고, 주먹밥을 만들어 너나없이 나누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1987년 6월항쟁으로 또 한 번 도약했습니다.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광장을 열었습니다. 그 광장에서 한국 국민들은 시대의 흐름을 독재에서 민주로 바꿔냈습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를 되찾았고, 그 힘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국가부도사태까지 갔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힘도 바로 그 광장의 국민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독재정권이 빼앗았던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도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았고 대통령이 잘못할 때 탄핵할 권리도 스스로의 힘으로 보여줬습니다. 의회와 사법부도 국민의 뜻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했습니다.

촛불혁명은 여러 달에 걸쳐 1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의 시민행동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은, 완벽하게 평화롭고 문화적인 축제 집회로 진행되었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평화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국민들과 악수를 나눕니다. 국민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반가워할 때, 행복합니다. 동시에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국민들이 제 손을 꼭 잡아 쥘 때 전해오는 것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라는 간절함입니다.

오늘 내가 받는 상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라는 세계인들의 격려와 응원도 담겨 있을 것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역사를 말씀드렸듯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나서, 대한민국이 이룩한 평화의 역사를 말씀드릴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