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배치를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자가당착

핵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해야 그 정치적 효과가 더 커집니다. 이걸 '핵 그림자 효과'라고 하는 핵무기의 패러독스입니다. 말하지 않아야 더 효과가 큰 핵무기의 문법이자 소통법입니다. 주적이 사라진 유럽이라면 몰라도 지정학적 민감성이 매우 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대놓고 전술핵을 배치하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국 내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최대한 키우는 것입니다. 단지 논쟁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주변 정세가 영향을 받습니다.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이 바로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2017-09-18     김종대
ⓒ뉴스1

그렇다면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국 내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최대한 키우는 것입니다. 단지 논쟁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주변 정세가 영향을 받습니다. 더군다나 여차하면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곁들인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됩니다.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이 바로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치적 부담을 자꾸 늘려서 결국 전술핵 배치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지금 가고 있는 것입니다. 1980년대에 일본 자민당의 오자와 간사장이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쳤습니다. 눈부시게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차하면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으로부터 일탈할 독자노선의 가능성마저 보이자 1990년대 초에 미국은 일본의 도전을 응징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플루토늄보유국인 일본을 미국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프라자 합의로 일본의 경쟁력과 활력을 무너뜨려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잃어버린 20년'의 실체입니다. 그 다음에 일본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까지는 미국의 힘이 현저히 약화된 2010년대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