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인물들이 'MB 정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유

2017-09-13     김현유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의 구체적인 명단이 공개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밝힌 내용에 더해, 연합뉴스가 추가 취재로 12일 이를 보도했다. 추가로 밝혀진 인물들 중 배우, 방송인, 가수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굵은 글씨가 새로 드러난 명단이다.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노정렬, 오종록, 박미선, 배칠수, 황현희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안치환, 윤민석, 양희은, 이하늘, 이수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고 하기엔 대체 왜 인물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애매한 이름들이 있다.

명단이 공개된 후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궁금증을 토로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DC인사이드 '엠씨더맥스 갤러리'

MLB파크

82쿡

우선 배우부터 살펴보면, 권해효와 문소리는 이전부터 정치적 발언을 해 온 편이다. 그러나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이 포함된 이유는 좀 더 상상력이 필요하다.

'화려한 휴가'에 출연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준기의 경우에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벌어졌을 때 미니홈피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김가연 역시 "청와대 점심메뉴로 미국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뼈가 들어간 갈비탕을 추천한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유준상은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철거 당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방송인 황현희는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서 정부 풍자 개그를 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김구라와 박미선, 이하늘은 2008년 MBC 시사 예능 '명랑 히어로'에 함께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등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도 다뤘다.

온라인 시사토크쇼 '맘마이스'에서 방송인 김용민이 한 말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방송에서 김용민은 "MB 정권때 김구라도 KBS를 다 잘렸다. 과거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 이명박 욕을 살짝 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등재가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은 가수 이수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대체 이수는 왜 등재된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수가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는 블랙리스트 등재 조건인 'MB 정부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

종합해보면, 당시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등재 기준'은 매우 1차원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