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 지금이나

대학에 다니던 때 내가 억울했던 것 중 하나는 의무와 권리의 비대칭적인 구조였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꼬박꼬박 내던 등록금 고지서에는 도서관 이용료라는 명목의 적지 않은 금액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신입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징수되던 교재비도 나는 예외 없이 지불했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책은 한 권도 받아보지 못했다. 주교재도 없던 내게 시험 당일 오픈북을 강요하시던 교수님도 제발 다른 수업 들으라고 통사정하시던 교수님도 분명히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아가시는 분들임에 틀림없었다.

2017-09-08     안승준
ⓒhocus-focus via Getty Images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꼬박꼬박 내던 등록금 고지서에는 도서관 이용료라는 명목의 적지 않은 금액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신입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징수되던 교재비도 나는 예외 없이 지불했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책은 한 권도 받아보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강의실 내에서의 학습권마저도 스스로의 눈물겨운 노력 없이는 작은 보장도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필수교양에 포함된 컴퓨터 과목이 추구하는 목적이 누구나 같은 컴퓨터 환경에서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라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내겐 그 어떤 과제도 조금 다른 방법이나 수정된 모양으로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분은 어쩌면 다른 분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교재도 없던 내게 시험 당일 오픈북을 강요하시던 교수님도 제발 다른 수업 들으라고 통사정하시던 교수님도 분명히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아가시는 분들임에 틀림없었다.

며칠 전 대학생이 된 제자 녀석에게 다급한 도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으면 어떤 보조프로그램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부여받은 그 녀석은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내가 가슴이 아팠던 것은 20여년이 지난 지금이나 내가 다니던 그 때나 대학의 근거 없는 고집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학은 매년 수천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이면서 그들 안의 작은 다름에 대해서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불편한 학생이나 특별한 학생들에 대한 조금 다른 과정들을 고민하는 것은 대학에게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그들이 진정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보편적이면서도 때론 개별적인 가르침을 제공해야만 한다.

교육의 불평등은 사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아주 위험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나의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하루 빨리 내 제자들에겐 믿을 수 없는 어이없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울먹이던 내 제자의 걱정이 나의 괜한 걱정이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