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일만에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끝..."새벽 맞는 느낌"

2017-09-05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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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농성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5년간 이끌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왼쪽)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함께 섰다.]

2012년 8월21일 시작된 농성은 그렇게, 1842일만인 5일 마무리된다. 농성을 이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을 지난달 30일 농성장에서 만났다.

이러다 10년도 가겠다 싶었다. 지난해 추석, 농성장을 새로 지었다. 나무틀을 짜 선반을 놓고 2층 침대도 뒀다. “청와대에 가장 가까운 장기 농성장”(박경석)은 ‘진지’가 됐다.

“장관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얘기했어요. 의지도 있고, 협의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시작이고 출발인 거죠.“(박)

[광화문 농성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5년간 이끌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문제로 지난 5년 간 숨져간 18명의 영정이 이들 뒤에 세워져 있다.]

“자살 소식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렸어요.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이 탈락 통보를 받으면 그냥 죽는 거예요. 나가면 살 방법이 없다 생각하니까.”(김)

“정세균 국회의장(당시 통합민주당 예비 대통령 후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이 올 때 가장 필요했던 천막을 몰래 들여왔거든요.”(김)

5년 전 세상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무지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부양의무제 폐지나 개선을 공약했다.

이들은 농성을 마무리하며 도움 받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할 생각이다. 친절했던 역사 내 청소노동자들과 추운 날 따끈하게 데운 두유를 쥐어준 인근 편의점 사장님, 교보빌딩 사무실에서 종종 내려와 준 인권변호사, ‘애증’의 광화문역장, 가끔 찾아와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