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대사까지 캠프 인사로

오늘 한반도 안보 상황은 가장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4강 외교를 요구한다. 장고 끝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미·중·일 대사 인사를 보면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4강 대사의 조건은 상식적이다. 부임하는 나라의 언어 구사 능력, 그 나라에서의 두터운 인맥,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다. 주미대사 내정자 조윤제 교수, 주일대사 이수훈 교수, 주중대사 내정자 노영민 전 의원은 분명히 세 번째의 조건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언어 능력과 현지 정·관계의 인맥이라는 조건에서 조윤제 교수의 영어 능력을 제외하고는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7-09-02     Young-hie Kim
ⓒEujarimPhotography via Getty Images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 인사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캠프 인사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도 그는 그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차대한 3강 대사에 캠프 인사들을 임명했다. 캠프 인사라도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주영대사 경력이 외교 경험의 전부인 신사적인 경제학자에게 주미대사는 맞지 않다. 예를 들면 주미대사에는 대통령 외교특보인 문정인 교수 같은 정력적이고 역동적인 인물이 적격이다. 본인은 지금의 자리를 선호할지 몰라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에게 주미대사 자리를 맡겼어야 한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도 영어 구사 능력과 추진력이 발군이다. 그가 두 번 같은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사양했어도 그를 설득했어야 한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이태식 전 주미대사가 하마평에 올랐다가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은 아쉽고 수상쩍다.

같은 질문은 주일대사와 주중대사에도 해당된다. 이수훈 교수는 한반도·북한 문제의 권위자다. 그러나 그에게 일본은 생소하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인맥을 중시하는 나라다. 주일대사는 위안부 문제를 봉합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라는 건물을 세워야 하는 사람이다. 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흥수 전 의원을 전격 발탁한 그런 과감한 인사를 못하는가. 왜 캠프 밖을 못 보는가.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도 마찬가지다. 사드 문제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중 관계의 제1선을 보통밖에 안 되는(mediocre) 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불가결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내정자가 중국 지도부 설득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