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아차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2017-08-31     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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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노동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2008년~2011년 주지 않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정기적·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이라며 “피고(기아차)는 원고에게 상여금, 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노사 합의로 임금이 결정된 만큼 이제 와 통상임금을 달라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위반한다”는 회사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과거의 연장·야간·휴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은 이미 피고가 향유했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아차 노조 관계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의칙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 쪽의 주요 반박 논리로 활용돼왔다. 통상임금의 150%를 주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은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어 회사가 반드시 줘야 하는 임금이지만,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인정한 ‘신의칙’ 때문에 통상임금 소송의 희비가 엇갈려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서 추가 부담액이 어느정도가 되어야 그러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짚어 ‘신의칙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