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 여론조작 '1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2017-08-28     원성윤
ⓒ뉴스1

사실상 첫 여론조작 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7일 국가정보원 등을 통해 확인한 ‘원 전 원장의 지시 상황과 이행 자료’ 내용을 보면, 2009년 2월12일 취임한 원 전 원장은 업무 파악이 끝난 직후인 3월3일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누리집(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국가보안법 반대 글에 대한 대응활동을 지시했다.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반대한 이유는 그것이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고, 원 전 원장은 이 글을 겨냥한 반박심리전을 주문한 것이다.

심리전단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 등 온라인 사이트에 반박 글을 800여건 올렸고, ‘베스트 글 1·2위에 선정됐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그해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에도 원 전 원장의 심리전 대응 지시가 내려왔다. 원 전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 좌파에 있다는 것을 알리라’고 지시했고, 이에 심리전단은 ‘좌파 제압 논리를 개발해 사이버심리전을 전개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원 전 원장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서 노골적인 여론조작을 지시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등 정부의 주요 정책뿐 아니라, 2009년 11월27일 이 전 대통령이 나섰던 ‘대통령과의 대화’ 전후에도 이런 여론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당시 국정원 보고서에 ‘청와대가 국정원 활동에 격려했다’는 내용도 있어, 원 전 원장이 청와대와 교감 아래 여론조작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수사가 원 전 원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