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폴로 셔츠 같은 무난한 옷을 즐겨 입는 이유

2017-08-23     김태우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온 매우 폭력적인 시위였다. 놀라운 사실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네오나치는 고등학교에서나 입을 법한 무난한 옷차림을 한 채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로빈 기반은 이들의 옷차림이 너무 무난해서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는 "흰 폴로 셔츠와 카키 팬츠, 혹은 셔츠에 깔끔한 청바지"를 입고 샬러츠빌에 도착했다. 기반은 이들이 "'갭' 매장의 세일 진열대를 그대로 가져온 듯, 청바지와 스트라이프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반은 이어 이들이 "다시 돌아보지 않게 할 옷. 어디서나 입기 적절하고 그 장소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옷"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무난한 옷차림을 한 건, 분명 우연이 아니다. 바이스는 최근 삭제된 네오나치 웹사이트 '데일리 스토머'의 운영자 앤드류 앵글린이 지난 12일 시위가 열리기 전, 참가자들에게 멀끔한 옷차림을 하라며,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무리로 보이기 위해 옷차림을 맞추는 것은 미국 밖에서도 흔히 벌어지곤 한다. 인도의 힌두민족주의 단체인 '민족 봉사단(RSS)는 지난 100년간 흰 셔츠와 갈색 반바지를 입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전통 의상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위해" 반바지 대신 긴바지를 입기 시작한 바 있다.

프레드 페리나 뉴발란스 등이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네오나치의 유니폼으로 쓰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지만, 기반이 말하듯 패션 업계는 전반적으로 침묵 상태를 유지 중이다.

사라지는 장면을 포착한 GQ의 영상에서도 볼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을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들의 옷차림에는 분명,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허프포스트US의 'How White Nationalists Use A Deceptively ‘Everyday’ Uniform To Blend I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