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탄핵 사태 주된 책임자는 박근혜"

2017-08-21     강병진

15~17대 대선에 연거푸 출마했지만 고배를 들어야 했던 이회창(82)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1040쪽에 달하는 <이회창 회고록>(김영사, 1·2권)을 출간했다. 대법관·감사원장을 거쳐 국무총리, 한나라당 총재와 대선 후보로 20여년 보수정치의 중심에서 살아온 그는 “(탄핵 사태와 분당에 대해) 한나라당을 창당했던 나로서는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세력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2권 101쪽)라고 썼다.

이 전 총재는 전문 작가의 도움 없이 직접 연필을 들고 회고록을 쓴 이유로 “살아온 과정을 보고할 의무”와 함께 “대선 패자가 되면서 승자의 역사만 남았다. 뒷날의 공평한 평가를 위해 야당의 역사를 제대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들었다. 이 전 총재는 특히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득표율 1.53%포인트,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에게 2.3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이유에 대해 ‘왜 졌는가’라는 별도의 장을 따로 쓰는 등 깊은 회한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던 최규선 20만 달러 수수 의혹, 기양건설 10억원 수수 의혹, 김대업 병역비리 의혹 등 이른바 ‘이회창 3대 의혹 사건’에 대한 억울함과 해명을 담았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초 본인은 회고록을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왜 정치를 했고, 어떤 정치를 하려 했으며, 어째서 실현되지 못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국가 발전이나 이 시대의 정치 상황을 후학들이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로 쓰게 됐다”고 했다.

출판사 쪽은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1층 예인홀)에서 이 전 총재의 회고록 출판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연다. 이 전 총재 쪽은 “출판기념회와 같은 정치행사가 아니다. 출판사의 출간 설명회에 저자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해서 참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회창 키드’로 불리는 현직 정치인들을 따로 초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신경식 전 의원, 이정락·안동일 변호사 등 후원회 인사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