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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가?
ⓒShutterstock / Paul.J.West

대학구조조정, 학부모들도 알아야 할 사실 2

지난번 칼럼에서 필자는 같은 제목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세 가지 사실을 밝혔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대학에는 사립이 너무 많고 전근대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대학도 국공립이 중심인 선진국형으로 바뀌면 고액등록금이나 교육부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분이 호응해주셨지만, 여기에 맞서는 견고한 상식 하나가 학부모들 뇌리에 박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즉 그래도 사립대학에는 '주인'이 있고 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우리 사회에서 힘을 발휘하는 한, 대학을 앞으로 선진국처럼 공영화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먹힐 리 없다. 그런데 이 상식이 과연 사실과 부합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몇 가지 짚어보겠다.

대학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가?

우선, 그런 생각은 현행법과 배치된다. 현 실정법에서 대학의 법적 주체는 사학법인이지 어떤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다. 물론 사학재단 설립자나 그 가족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재단이 제 기능을 못 하면 교육부는 이들을 모두 해임하고 다른 이사진을 파견할 수 있다. 혹 '주인'으로 행세하던 사람이 있어도 소유권은커녕 운영에조차 참여할 수 없다. 현행법이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은 교육기관을 세울 때 기부된 재산은 기부되는 순간 공익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운영하던 '주인'이라도 대학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것은 가령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할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소유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대학의 재산은 대부분 학부모가 낸 등록금으로 형성된 것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대학은 엄청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애초 설립자의 기부가 토대이긴 하나 이후 팽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세금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록금 적립을 통한 캠퍼스 확장 등을 통해 수백 수천 배의 지가상승이 이뤄진 덕분이다. 더구나 대학운영도 대부분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재산을 개인이나 그 가족의 '소유물'로 간주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에서도 용납되기 어려운 발상이다.

셋째, 대학운영에서의 국제적인 인식과도 현격한 괴리가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학을 개인이 '소유'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이 국립으로 구성된 유럽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미국의 사립도 개인소유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운영도 공익이사들이 한다. 설립자 가족이 일부 운영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가령 코넬대학처럼 설립자 가문은 수십 명 이사진 가운데 한 명만 상징적으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개인이 소유해선 안 되고, 소유하려다 탈이 난다

마지막으로 사학에 주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로 대학 발전을 든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현실과 너무나 어긋난다. 누군가가 주인행세를 하는 대학일수록 문제가 많고 비리가 빈발하고 부실한 반면 어느 정도 운영의 공공성이 보장된 곳은 건실하게 성장해왔다. 족벌 사학이 지배하던 상지대가 '주인'이 비리로 쫓겨나고 관선이사가 운영하던 시기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나 두산이 '주인행세'를 하는 중앙대가 오히려 혼란에 휘말려 있는 것은 일부 사례일 뿐이다.

법적으로나 현실로서나 세계적인 기준에서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이런 주장이 어찌하여 상식인 것처럼 횡행하고 있을까? 굳어진 사고습관과 관행과 편견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페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 그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상식'을 설파하여 미국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 사립대학도 등록금이 운영비 대부분이고 소위 '주인'은 물론 재단조차도 재정적인 기여가 거의 없다. 사립대학에 주인이 있다면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학부모인데, 정작 그 주인들이 대학의 주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 이 글은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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