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비보호 좌회전'의 나라에서 살 것인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 중 한 분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입니다. 정부가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그처럼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는 디스토피아 같은 이 곳을 이 책 《비보호 좌회전》은 성실하고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참사,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사건까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곳에서 건강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2015-05-28     이환희

같은 맥락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 중 한 분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입니다. 정부가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그처럼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는 디스토피아 같은 이 곳을 이 책 《비보호 좌회전》은 성실하고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참사,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사건까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곳에서 건강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1995년 방화로 인해 37명의 원생들이 숨진 경기여자기술학원을 지키는 경찰관들

이 책은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사고나 사건들의 사례만을 다시 불러내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원인도 짚어내고 있었다. 저자는 한국이 위험사회가 된 것은 '빨리빨리 문화'나 '안전불감증' 같은 소위 '한국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윤 추구를 최대의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적 특성'이 위험을 만들고 키우는 데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여러 사례들을 들어가며 자본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위험을 생산하고 증폭시키는지 보여준다. 책에서 제시하는 적지 않은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와 위험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이 기획된 것은 2013년이라고 한다. 잘 알다시피 그 다음 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철학자 헤겔이 말했듯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국가나 민족도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했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인간이 그런가 보다'하며 정말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것인가. 과거의 문제를 돌아보고, 그 문제를 낳은 원인을 알며, 해당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애쓴다면 위험이 줄어든 더 나은 사회는 분명 가능하다. 이제는 무언가를 잃고서 아파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는, 그런 디스토피아를 떠나 보낼 때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