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사업 접겠다는 기업가들에게

전방이나 경방이라는 회사는 몇 년 전에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해놓고 있었고, 경영 상황도 진작부터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이번 최저 임금 인상과 결부짓는 것이 논란거리입니다. 저는 오너들의 태도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불만은 한마디로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을 못해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간 '인건비 따먹기'식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제 분업의 원리나 경쟁 우위를 들먹이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2017-08-09     이여영

그런데 저는 전방과 경방이라는 두 회사 사례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논거로 쓰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오너의 눈물이 혹여 악어의 눈물은 아닌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초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 증세 등 현 정부의 소득이나 분배를 통한 성장 정책을 타격하기 위해 피해자 놀음을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업을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사업 의욕이 꺾이지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조치를 수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여년 가까이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소비가 약간이나 늘지 않을까 기대가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적어도 소비 둔화 추세에 다소나마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2년 전 15달러 나우(15%NOW)운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애틀에(2017년까지 최저 임금을 15$로 올리자는 시민운동)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만난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반대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찬성론이 우세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소득이 늘면 자신들의 수입도 늘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곳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시애틀의 예를 따르는 도시 대부분이 그런 기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전방이나 경방이라는 회사는 몇 년 전에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해놓고 있었고, 경영 상황도 진작부터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이번 최저 임금 인상과 결부짓는 것이 논란거리입니다. 저는 오너들의 태도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불만은 한마디로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을 못해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간 '인건비 따먹기'식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제 분업의 원리나 경쟁 우위를 들먹이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이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상식으로 통합니다. 인건비가 올라 섬유산업에서 손 떼야겠다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일본은 아예 이 분야에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할 겁니다.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 yiyoy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