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은 '황우석 설계자'다

십분 양보해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에 직접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박기영 교수가 '황금박쥐'의 일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홀려서 황 박사에게 연구비를 전폭 지원한 정황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그는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치권에 계속 기웃거리다 이렇게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런 박기영 교수의 처신은 누가 봐도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현할 적임자는 아니다.

2017-08-08     강양구
ⓒ뉴스1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을 반대한다

박기영 교수는 2005년 황우석 박사가 논문 조작 사건으로 몰락할 때,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김병준(金) 청와대 정책실장, 진대제(陳) 정보통신부 장관과 어울려 노무현 정부의 황 박사 지원에 앞장서서 한때 '황금박쥐'로도 불렸던 당사자다. 조작 논문으로 밝혀진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는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에 물러났던 일을 놓고서 "과학적으로 큰 사태가 벌어졌으니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 쪽 책임이 있는 만큼 그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글쎄, (매를) 맞을 만큼 맞지 않았나" 언급도 했다. 보통 사람이 흔히 말하는 "반성" 같은 표현도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기여하지 않은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이언스〉에 실린 화제의 연구에 이름을 올린 박기영 교수의 당시 처신을 놓고서 과학계에서는 "논문 무임승차"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구비를 몰아주고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신종 향응"이라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십분 양보해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에 직접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박기영 교수가 '황금박쥐'의 일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홀려서 황 박사에게 연구비를 전폭 지원한 정황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그는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치권에 계속 기웃거리다 이렇게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기영의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인가?

지금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수십 년간의 기조였던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특정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 그럭저럭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꽁무니를 쫓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결과 선택 받지 못한 기초 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전반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졌다.

박기영 교수가 누구인가?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핵심 입안자로 '뜰 것 같은' 황우석 박사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등 이런 나쁜 시스템을 앞장서서 만들었던 당사자다. 말하자면 그는 '황우석 설계자'였다. 이 나쁜 시스템은 노무현 정부에 이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 더욱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장담컨대, 문재인 대통령이 '코드'를 맞추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곰 같이 연구를 해오면서 여우같은 행정 능력도 갖춘 현장의 과학기술자가 수두룩하다. 당장 나부터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으면 박기영 교수보다 백 배, 천 배 잘할 수 있는, 과학계도 대환영할 인사를 최소한 셋은 추천할 수 있다.

사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연구비 나눠 먹기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여기저기 박기영 교수 앞에 줄을 섰다는 과학기술계 인사가 여럿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박 교수는 과연 이런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때의 과학기술 정책을 염두에 두면 회의적이다. 그러고 보니, 박 교수는 모교의 같은 학과 동문 선배다. 오죽하면, 까마득한 후배가 이렇게 작정하고 선배를 비판하고 나서겠는가?

* 이 글은 〈코메디닷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