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됐다(사진2)

2017-08-08     박수진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MBC) 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조합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3년 7월6일 작성됐고, 이듬해 2월까지 수정한 흔적이 남아있다.

'☆☆' 등급 = 최상위,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서술된 이들 6명

'○' 등급 =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가 높'은 19명

'△' 등급 =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28명

'X' 등급 = 최하위,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12명

특히 최하위 X 등급은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 배제 필요성을 적시했고, '욕심이 많아 기회시 변절할 인원'이라며 회유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 '언제든 회유 가능' 등 포섭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최하위인 X 등급 기자들 대부분이 보도국 밖으로 쫓겨났고, 보도국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에 배치됐다. 반면 최고 등급인 ☆☆에 속한 이들은 현재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고, 그 다음 등급인 ○부류도 관계회사 임원이나 본사 간부, 주요 출입처에서 일하고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의 작성 배경은 결국 하나로 압축된다"며 "카메라 기자들이 '파업의 원흉'으로 낙인찍힌데 이어 '탄압과 축출, 배제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2년 MBC 파업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 현장을 취재한 이성재 카메라기자의 글이 발단이 됐다. 자기반성과 MBC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이 기자의 글을 계기로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됐고, 카메라 기자들은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노조는 "보복 징계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측은 파업기간과 직후 시용기자와 영상취재PD(35명)를 대규모 채용했고, 블랙리스트에 따라 기자들을 소고기 등급 나누듯 분류해 5년 동안 그에 따른 격리, 관찰 등 보복인사를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누구의 지시로 작성돼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조합은 이미 답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죄상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될 것"이라며 "위법 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을 모두 추적·고발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