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안철수 그리고 권력의지

안철수처럼 주변에서 다 뜯어말리고 아직 시기가 아니라면서 혀를 차는 와중에도 정말 무리하게 서둘러서 전면에 나섰던 정치인이 역사적으로 하나 떠오른다. 오늘 불쌍하게 끌려나온(쿨럭;) 역사적 인물은 무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즉 러시아 볼셰비키당의 지도자이자 소련 건국자 되겠다. 1913년 무렵 망명지 스위스에서의 레닌의 상황은 안습 그 자체였다.

2017-08-04     바베르크
ⓒ뉴스1

1913년 무렵 망명지 스위스에서 레닌의 상황은 안습 그 자체였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짜르 니콜라이 2세의 체제를 크게 흔들었던 1905년의 피의 일요일 사건은 짜르의 의회(두마) 개설 등의 (거짓) 개혁 약속으로 일단은 수습된다. 그러고 나서 짜르는 문제적 인물 스톨리핀을 재상으로 기용. 스톨리핀은 러시아의 자영농들을 육성해 농민들을 혁명세력으로부터 떼어 놓는 한편 혁명세력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탄압을 가한다. 레닌은 자신이 이기느냐 스톨리핀이 이기느냐 하는 싸움 이라며 초조해했고, 레닌의 아내이자 스스로도 빼어난 혁명가였던 크루프스카야조차 우리 생전에 혁명의 성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는 얘기가 있을 지경. 그러다 테블릿 PC가 발견;; 아니 세상이 뒤집힌다!

제1차 세계대전에 가담하고만다. 준비 안된 러시아는 독일군에게 판판히 깨지며 레닌은 "이게 나라냐!" 아니(쿨럭;) "병사들에게는 평화를, 농민에게는 토지를, 노동자들에게는 빵을!"이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구호를 외치며 짜르 체제를 타도하자고 선동한다. 그리고 운명의 1917년 3월(러시아 구력으로는 2월) 촛불시민;; 아니 러시아 민중의 봉기로 짜르는 쫓겨난다(2월 혁명).

여기서 레닌은 그의 반대자들과 지지자들 모두를 경악하게 하는 결정을 내린다. 레닌은 그의 조국 러시아의 적국인 독일에 손을 내밀어 독일 군부가 내어 준 봉인(封印)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귀국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그리고 레닌은 유명한 "4월 테제"를 발표한다. 짜르가 쫓겨난 러시아에선 임시정부가 권력을 인수했지만 한편에서는 노동자 병사 농민 소비에트가 공장과 병영 그리고 농촌에서 빠르게 바닥 권력을 접수해 가고 있었다(이른바 이중 권력 상황). 당대의 기성 정치인들은 상식(응?)에 따라 동맹의 약속인 싸드 배치 아니;; 전쟁(제1차 세계대전)을 계속하고 심지어 사회주의자들조차 러시아의 역사 발전 단계는 이제 봉건 짜르 체제가 겨우 무너진 단계이니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의 역사발전 5단계설에 따라서 지금은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러시아 실정에 맞으니(응?)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은 임시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응?)를 보내며 2중대 노릇이나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적국의 봉인열차를 타고 스위스에서 마악 귀국한 레닌은 생뚱맞게도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를 외치며 당장 노동자 병사 농민 소비에트가 임시정부로부터 권력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닌의 이러한 상식을 파괴한 4월 테제에서의 주장은 심지어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만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던, 러시아 사회주의혁명가들이 금과옥조로 떠받들던 마르크스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레닌은 꿩 잡는 게 매라고 지금 러시아 민중들이 짜르를 몰아내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인기 없는 전쟁 계속하며 임시정부의 2중대 노릇하며 마르크스 교리만 되뇌일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러시아 민중의 뜻을 떠받들어 임시정부를 타도하고 정권을 잡고 전쟁을 끝내자고 주장한 것이다.

1917년 10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연설 중인 레닌.

하지만, 레닌은 권력이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듯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니며, 마르크스의 필연적 역사 법칙(풉)에 따라 봉건체제가 우선 자본주의 체제로 먼저 바뀐 후에야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기회를 나꿔챈 직업혁명가의 적극적인 기동으로만이 정권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독일 군부의 봉인열차까지 얻어 타고 러시아로의 귀국을 결심하고 민중봉기까지 획책한 것에 이어 세 번째로 독배를 마시니 이번에는 무려 군사봉기를 기도한 것. 오랫동안 멘셰비키로 있으며 레닌에게 팥다발 같은 비난을 퍼붓다가 이제 마악 볼셰비키당으로 합류한 트로츠키와 손을 잡고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군사봉기 준비에 돌입한다.

10월 혁명).

레닌의 사후 그의 뒤를 레닌이 유언장에서 비판했던 끔찍한 독재자 스탈린이 잇고 베를린장벽 붕괴 후 동구 공산국가들이 무너진 다음 소련마저 망하자 실은 10월혁명 때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의 입장이 옳았고 10월 혁명을 비판했던 카우츠키 같은 사회주의자의 입장이 다시금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안철수가 더불어민주당 탈당에 못지 않은 고단한 코스가 될 것이 뻔한 이 당 대표 출마라는 가시밭길을 레닌 못지 않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레닌과는 달리 권력욕에 사로잡힌 괴물이 아니라 당신이 오늘 밝힌 국민의당을 지켜 국민을 위해 다당제를 정착시킨다는 목적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끝.

* 이 글은 필자의 트위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