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기관장 인사를 대통령 아닌 '국민판정단'에 맡기자

검찰의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대선자금을 포함한 권력 핵심부를 건드릴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다. 국민의 이런 의구심은 경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때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쏘고 많은 시민을 강제 연행했는데 이런 대응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기보다 정권과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2015-05-29     김윤상
ⓒJirsak

중립기관장 인사권을 왜 대통령이 갖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으로는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사법, 선거관리, 교육, 감사, 언론 등을 관장하는 부서가 있다. 이런 공공기관장의 인사에 누가 관여하는지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이 표를 보면, 대부분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는 상식적인 사실이 확인된다. 심지어 행정부와는 권력분립이 되어야 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인사에서조차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중요 기관 인사권자와 절차

추첨으로 구성하는 '국민판정단'에 맡기자

하나의 대안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국민을 모집단으로 하여 무작위 추첨으로 100명을 뽑아 '국민판정단'을 제시해 본다. 이들이 모여 일정 기간 신중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면 어떨까? 판정단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반년마다 25명씩 교체하면 추첨에 의한 우연한 편중성도 예방할 수 있다. 혹 판정단원에 대한 외압, 회유 등이 염려된다면 안건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비밀리에 추첨해서 국민판정단을 구성해도 된다.

예상되는 염려 '3무론'에 답하자면

둘째로, 경험과 지식의 문제 역시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인사 문제는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며, 설령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는 국민판정단 산하에 국회처럼 전문위원을 두어 제공하도록 하면 된다. 그밖에도 언론, 시민단체에서도 온갖 정보를 제공할 것이므로 정보 부족을 염려할 이유는 없다.

'3무론'은 국민참여형 재판에 대해서도 제기되어 왔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배심원 또는 참심원을 두는 재판이 잘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국민판정단 역시 도입 초기의 적응기만 잘 넘기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판정단이 성과를 보이면 중립기관 인사 외에도, 선거구 획정처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나 정파적 이해가 대립하는 중요 안건으로 업무를 확대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