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출신 복서 이흑산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08-02     박수진

이흑산 선수는 카메룬 군인 대표 복싱선수로 한국에 왔다가 선수단을 이탈한 뒤, 지난 5월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난민 복서’다(제1165호 표지이야기‘챔피언은 링 밖의 싸움이 더 두렵다’ 참조).

법무부 “공포의 근거 충분하다”

이흑산 선수는 2015년 10월2일부터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선수단을 탈출해, 10월26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이같은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이흑산 선수(강원도 춘천 아트복싱체육관 소속)는 5월27일 한국복싱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쉽게 강제 송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훈련에 매진한 결과였다.

“이흑산 선수의 이의신청에 따라 추가 심사를 한 결과, 그가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이어서 박해받을 것이라는 공포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봤고, 군 선수단 이탈과 난민인정 신청 사실 등이 카메룬 고국에 알려져 한국에 머물면서 박해의 위험이 발생한 ‘체재 중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흑산 “너무 기뻐서 잠을 못 잤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군대에 복싱선수로 스카우트됐지만, 월급을 받지 못했다. 간부들이 월급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세계군인대회가 열리면, 평소 체중의 10kg가량을 뺀 57kg급에 맞추도록 강요받고, 체중 관리를 명목으로 음식과 물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그런 생활을 못 견뎌 군대 밖 민간 복싱대회에 출전하자 군대로 끌려가 두 달간 구타당했다. 이흑산 선수의 이런 특수한 사정이 재심사 과정에서 인정된 것이다.

이흑산 선수는 7월26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인정 증명서’를 수령했다. 그는 7월27일 한겨레21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꿈꾼 것 같았다. 그날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결혼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회를 주최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이날 춘천 샘토 참숯닭갈비 수익금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모녀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주인공은 춘천에 사는 최혜진(16·가명) 학생과 그의 어머니다. 혜진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인 구루병을 앓고 있다. 같이 사는 혜진 학생의 어머니도 구루병을 앓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 가족으로, 거동이 불편해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매달 월세와 생활비, 약값을 내고 어머니 수술비를 충당하면서 이미 2년 전에 보증금이 바닥났다.

다시 무대 위로 오른 챔피언

이흑산 선수의 훈련을 책임지는 이경훈 춘천 아트복싱체육관 관장은 “이흑산 선수가 지난해 사망한 딸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춘천 샘토 참숯닭갈비는 이흑산 선수가 지난 5월 한국챔피언 타이틀전을 앞두고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이다. 그의 슈퍼웰터급 타이틀 1차 방어전 상대는 11전 7승7KO 전적의 원우민체육관 소속 고성진 선수다. 펀치력이 뛰어난 선수로 알려졌다. 이흑산 선수의 경기는 이번에 치러지는 4경기 가운데 메인 이벤트로 준비된다. 경기는 총 10라운드로 진행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 계좌: 농협중앙회 105-7396-4753-676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문의 033-762-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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