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생색 내기'가 아닌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언뜻 보면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막연한 방안이다. 지역 순회토론이든 원탁토론이든, 토론내용을 어떻게 반영하겠다는 것인지가 없다. 5000명을 선발한다는 개헌국민대표도 도대체 어떻게 '선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공모를 하겠다는 얘기도 있는데, 공모는 자칫 '동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2017-07-27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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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국회에서는 개헌특위 연장과 정치개혁특위 구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지난 7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논의 일정을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국회방송을 통해 국가원로 및 각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송토론을 하고, 11차례에 걸쳐서 지역순회 토론회를 하며, 국회 안팎에 개헌 자유발언대를 설치하며, 일반 국민들 중에서 세대·지역·성별을 아우르는 개헌국민대표 5000명을 선발하여 원탁토론을 4차례 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온라인으로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추첨제 시민의회 도입이 필요하다

이번 개헌의 과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실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원했던 것도 바로 헌법 제1조가 실현되는 민주공화국이었다. 이런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추첨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와 같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이 개헌 과정에서 이같은 시민참여 방식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온타리오주에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도 시민의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아일랜드에서는 무작위로 추출된 99명의 시민들이 헌법개정안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추첨제는 완전히 낯선 방식은 아니다. 이미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을 뽑을 때 추첨제를 활용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시민배심원들이 하고 있으며,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평가결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헌법개정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추첨제로 뽑힌 시민들이 토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시민주권이 실현되는 최초의 개헌으로

그리고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의 핵심적인 방식으로 '추첨제 시민의회'와 같은 숙의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중심으로 지역순회토론, 온라인토론 등 다양한 참여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을 감안하면, 시민의회는 주요 쟁점별(권력구조 개편, 직접민주주의 확대, 지방분권, 기본권 확대, 선거제도 개혁, 사법개혁 등) 토론을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시민의회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쟁점별 토론의 과정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