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대화의 조건이 아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대결시대, 무능한 정부는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며 기다리자고 했다. '전략적 인내'의 결과는 어떤가? 제재와 압박에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높아졌고, 북핵 능력은 고도화되었다. 북한은 굴복하지도, 붕괴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하고, 우리는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재앙적 현실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달라져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2017-07-26     김연철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북한이 남북관계보다 북-미 관계를 중시한다면, 그것 또한 오판이다. 과거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북한의 선미후남 전략은 성공한 적이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남북관계를 풀어야 북-미 관계도 풀린다. 앞으로 겪어보면 알겠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는 전략이 없고 아래는 권한이 없는 트럼프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없는 북-미 관계는 불가능하다.

남북한의 상호 신뢰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화해서 합의하고 실천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상호 불신이 깊기 때문에 쉬운 것부터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당분간 과거 대결시대의 잔재와 새로운 협력시대의 요소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대화의 결과로 협력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 대화하지 않고, 어떻게 불신에서 신뢰로 전환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대화하냐'는 대결시대의 주장이 여전히 판친다. 믿을 수 없으니, 대화하는 것이다. 서로 믿을 수 있으면, 왜 협상을 하겠는가? 최소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대결시대, 무능한 정부는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며 기다리자고 했다. '전략적 인내'의 결과는 어떤가? 제재와 압박에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높아졌고, 북핵 능력은 고도화되었다. 북한은 굴복하지도, 붕괴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하고, 우리는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재앙적 현실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달라져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