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했던 농심의 라면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오뚜기 때문에

2017-07-27     원성윤
Ramen, Asian Noodle ⓒ4kodiak via Getty Images

가격 결정이 농심과 오뚜기의 라면 판매량 흐름을 바꿨다. 농심은 지난해 말 가격을 인상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가격을 동결했다. 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얻으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1. 농심, 점유율 50% 아래로 내려갔다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낮아진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5년여 만이다. 당시 '꼬꼬면' 등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이 불면서 일시적으로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하락했다.

판매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부분은 가격이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반면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이후 10년째 동결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삼양라면 등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뚜기 라면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2. 농심도 오뚜기의 돌풍에 대해 인정했다

오뚜기는 최근 청와대의 기업인 초청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재계순위가 100위권 밖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상속세 납부와 비정규직 채용, 가격 동결 등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평이다.

농심도 오뚜기의 돌풍에 대해 인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와 맞물려 오뚜기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판매량은 오뚜기가 늘었지만 라면 가격이 비싼 농심이 금액적으로 더 우위를 점한 것이다.

3. 농심은 점유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라면과 너구리 등 주력 상품이 여름보다 겨울철에 인기가 많은 국물 라면이기 때문이다. 통상 여름철에는 국물 라면보다 비빔면류의 판매가 늘어난다.

농심은 최근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둥지냉면과 찰비빔면 등의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 수도권의 모 대형마트에서 찰비빔면 세트(5개입)는 정가(3700원)보다 46% 할인한 1980원에 판매했다. 둥지냉면 세트도 40% 내린 2980원에 팔았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절대 우위를 점치면서도 점유율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의 점유율 하락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판매량만 놓고 보면 더 떨어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