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논쟁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질문

증세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고 활력 없는 상태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래가 자명한데도 여야 모두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으니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리치 과세는 세수 증가가 연 3.8조원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제스처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세수 증가액으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기초연금 연 10만원 인상' 소요 재원(연 4.6조원)조차 조달하지 못하니 말이다.

2017-07-27     전강수
ⓒGajus via Getty Images

정치공학이야 정치인들이 늘 신경 써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치의 이상을 방기(放棄)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혁명정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理想)은 절대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의 과제를 실천한다는 관점에서 증세문제에 접근할 경우 어떤 점을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증세가 필요한가?

지금 우리 사회에 증세가 필요한가?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관계없이, 국민 대부분은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은 저부담-저복지 상태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불평등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2015년에는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2%를 차지하고 소득 상위 10%가 48.5%를 차지하여, 소득집중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OECD 최고 불평등 국가인 미국의 수준(50%)에 육박할 정도다.

증세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고 활력 없는 상태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래가 자명한데도 여야 모두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으니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리치 과세는 세수 증가가 연 3.8조원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제스처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세수 증가액으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기초연금 연 10만원 인상' 소요 재원(연 4.6조원)조차 조달하지 못하니 말이다.

얼마를 증세해야 할까?

한편, 지난 대선 때 본격적인 증세와 기본소득 도입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제안은 단기 목표로 참고할 만하다. 이재명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토보유세 도입으로 15.5조원, 재벌·대기업 법인세 강화로 15조원, 초고액 소득자 소득세 강화로 2.4조원, 조세감면 제도 개선으로 5조원, 합해서 연 37.9조원을 임기 내에 더 걷겠다고 공약했다. 해가 가면 증세액은 자연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일단 단기 목표로 30조원 후반대는 적정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증세의 순서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진실로 과세 방식은 금액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무거운 짐도 잘 실으면 말이 거뜬하게 운반할 수 있지만 가벼운 짐도 잘못 실으면 말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적절한 방식으로 부과하면 별 어려움 없이 부담할 수 있는 조세도 잘못 부과하면 국민을 궁핍하게 하고 부의 생산력을 파괴할 수 있다. 이집트 왕 모하메드 알리(Mohammed Ali, 1769~1849)가 야자수에 조세를 물리자 농민들이 자기의 야자수를 베어버리는 사태가 생겼으나 그 두 배의 세금을 토지에 부과했을 때에는 이런 결과가 생기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알바(Alva, 1508~1582) 공작이 모든 판매에 대해 세율 10%의 조세를 매긴 적이 있었는데 이 세제가 계속되었더라면 교환이 거의 중단되고 세수입은 거의 못 올렸을 것이다."(헨리 조지 저, 김윤상 역, 『진보와 빈곤』에서)

중립성은 조세가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고, 경제성은 조세 징수에 따르는 행정비용이나 사회적 비용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투명성은 세원이나 조세 징수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공평성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을수록 많은 부담을 지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슈퍼리치 과세는 특권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에 해당한다. 슈퍼리치 소득자와 대기업이 누리는 막대한 소득은 노력소득이라기 보다는 특권이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환경세는 부과하는 방식에 따라 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토지보유세보다는 뒤떨어지지만, 환경이란 본질적으로 토지와 같은 성질을 갖기 때문에 증세 순서에서 상위에 놓아야 한다.

가장 좋은 세금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

한국이 보유세 부담이 낮고, 보유세에 비해 거래세 비중이 과하게 큰 기형적 부동산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정면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를 제안하고 그것을 기본소득과 연계함으로써 보유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정면 돌파할 길도 열어 놓았다. 게다가 참여정부 때처럼 서울의 아파트 시장이 달아올라서 난리다. 그런데도 토지보유세 강화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 집권세력이 참여정부 시절에 겪은 세금폭탄론의 영향 말고는 그 이유를 찾기 어렵다.

*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