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결코 좋은 프로듀서가 아니다

분명 윤종신은 퓨어킴이나 박지윤이 미스틱에 들어오기 전의 활동에서 어떤 매력을 느껴 계약을 제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서 윤종신의 손이 닿는 순간 그 매력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돼버린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세 가수의 노래들을 바꿔 부르게 한다 해도 별 차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지윤이 <알면 다쳐>를 부르고, 김예림이 <미스터리>를 불렀다 해도 여기에서 특별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 음색의 차이만 조금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간단하게 '몰개성'이라 말한다.

2015-05-27     김학선
ⓒ미스틱89 홈페이지

김예림의 새 음반 <심플 마인드>(Simple Mind)를 듣는다. 총괄프로듀서는 윤종신, 제작사는 윤종신이 중심에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다. 윤종신은 늘 그래왔듯 오랜 지음인 정석원을 비롯해 프라이머리, 포스티노 등을 끌어모았다. <심플 마인드>를 두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주로 웰메이드 음반이라든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혔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나에게 <심플 마인드>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플 마인드>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난 윤종신과 정석원, 프라이머리, 포스티노란 이름에서 음악을 들어보기도 전에 음반의 전체적인 색깔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음반은 거의 예상대로 나왔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이건 근래 미스틱의 결과물을 지켜봐왔다면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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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괴상한 제목의 음반을 발표하고, 이제는 사람들이 기억도 하지 못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미스틱에서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하는 동안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은 단 한 곡의 자작곡도 싣지 못했다. 박지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홀로서기를 하며 훌륭한 음반 두 장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감성은 미스틱과 계약하는 순간 휘발돼버렸다.

를 부르고, 김예림이 <미스터리>를 불렀다 해도 여기에서 특별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 음색의 차이만 조금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간단하게 '몰개성'이라 말한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