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역에서 심정지 환자 응급처치 주도한 여자 승객

2015-03-03     강병진
ⓒ한겨레

주변에 있던 승객은 열차 내 전화기로 기관사에게 연락을 했고, 일부는 119로 구조를 요청했다.

'환자 발생' 통보를 받은 홍제역 역무원 주규천·이평우 대리는 승강장으로 내달았다.

승객의 코에서 호흡이 느껴지지 않자 주규천 대리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환자를 지켜보던 40∼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모든 지하철역에는 자동제세동기(AED)가 있다. 어서 자동제세동기를 가져 오라"고 외쳤다.

주 대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돼 있는 건 알지만 그 순간 심폐소생술에 집중하느라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서 "그 말을 듣고서 심폐소생술은 이 대리와 그 승객에게 맡기고 자동제세동기를 가지러 갔다"고 말했다.

이 여자승객은 "가슴을 더 세게 압박해야한다"고 조언을 하는 등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응급처치를 주도했다고 역무원들은 전했다.

정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혈관 시술과 입원치료를 받고 약 일주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 현재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국내 심정지 환자는 연간 약 2만명인데, 이 중 약 8%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제세동기는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국민도 적지 않다.

응급처치를 도운 국방부 공무원과도 연락이 닿아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119구급대 도착 후 환자 이송 등을 챙기느라 역무원들이 이 승객의 신원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내와 딸이 꼭 '생명의 은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홍제역으로 연락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