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씨 무인도에 가면 연필은 내가 챙겨줄게

2015-05-28     남현지
ⓒ박미향

[매거진 esc] 이우성의 좋아서 하는 인터뷰

<마스터 셰프 코리아><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인 된 박준우 셰프의 겉과 속

시즌 1에서 준우승을 했다던데… 그게 뭐? 남자가 웬 요리? 그땐 그랬다.

같은 프로그램이 생길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김풍도 박준우도 거기 출연했다. 이건 딴 얘긴데, 박준우와 내가 게스트로 나갔던 프로그램에 김풍도 종종 게스트로 출연했다. 둘은 유명해졌고 나는 안 유명해졌다. 둘은 요리를 하고, 나는 요리를 못한다.

“카페를 하면서 알았어요

부자가 되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해요

직원을 적게 뽑고 인건비를 줄이거나

저는 몸이 편해지는 걸 택했어요

저도 안 힘들고 직원도 안 힘들고”

박준우 셰프

출연 이후 장사가 더 잘됐을까? “음, 저도 방송 나간 이후로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별로 안 그렇던데요. 그런데…” 그가 눈가에 약간 치사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빵, 터졌죠.” 하지만 박준우는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다. “2년 반 동안 카페를 하면서 알았어요. 부자가 되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해요. 대신 몸이 힘들죠. 직원을 적게 뽑고 인건비를 줄여도 부자가 될 수 있어요.” 그는 부자가 안 되고 싶은 걸까? “저는 몸이 편해지는 걸 택했어요. 직원도 많이 부리죠. 셰프를 포함해서 주방에 넷, 홀에 넷. 이렇게 여덟 명이 일했어요. 저도 안 힘들고 직원도 안 힘들고.” 개인적 사정으로 이달까지만 운영하는 그의 가게는 아홉 평이다.

가 인기 프로그램이니까, 관련해서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내가 그 프로그램을 서너 번밖에 안 보았기 때문에 물어볼 게 없었다. 게다가 거듭, 난 요리에 관심이 없으니까. 대신 이 얘기는 했다. “지적으로 보여요. 준우씨가 요리에 대해 말할 땐 식재료들도 차분하게 누워 있는 것 같아요.” 진심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티브이를 통해 볼 때도, 다시 만나서도 똑같이 느낀다. 그에겐 학자의 풍모가 있다. “그래 봤자 제 학력은 학사 제적이에요.”

를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석양이 선연해지면, 책을 덮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릴 음식을 떠올린다. 나는 그가 이렇게 지냈을 것 같다. 그도 나처럼 시를 썼으니까. 그가 나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벨기에에서도 그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시를 썼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어 했다. 지금은 쓰지 않는다. 하지만 쓰려는 사람은 그 마음을 쉽게 버릴 수 없다.

한참 혼자 생각하다가 물었다. “외장 하드에 주로 어떤 나라 야동을 담아 갈 거예요?” 그가 대답했다. “폴더를 나눌 거예요. 우울한 날 볼 야동, 설레는 날 볼 야동 이렇게 몇 개를 나누고, 아시아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야동을 다운받고. 서양은 아메리카 대륙, 유럽 대륙… 아, 전세계 야동을 다 가지고 가야겠네. 하긴 100년 볼 정도 양은 돼야 하니까.” 그러다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가 말했다. “근데 질문이 왜 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