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두고 '부자증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정부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율을 올리지 않고 세율구간을 조정하는 증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선 때 문 후보가 내건 공약, 즉 최고소득세율을 42%로 올리겠다는 공약으로부터도 후퇴하게 된 셈입니다. 나는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내리는 미봉책보다는 아예 아주 높은 소득에 대해 지금보다 더 높은 최고소득세율을 신설하는 정공법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과세표준 10억 이상이라는 새로운 구간을 설정하고 여기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50% 정도로 높이는 방안 말입니다. 일년에 가만히 앉아 몇 백억원씩 버는 재벌이나 부동산 부자들에게 50%의 세율이 부당하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7-07-11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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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과세표준이 연 3억원에서 5억원에 이르는 구간의 소득이 현재보다 2% 포인트 더 높은 세율의 적용을 받는다는 게 부자증세의 핵심 내용이라는 뜻이지요.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과세표준이 3억원을 넘는 종합소득자는 4만 5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세수증대 예상액을 계산할 때 그 4만 5천 명 중 과세표준이 3억원에서 5억원 사이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정확한 계산이 어렵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나 세수증대 예상액의 최대치를 구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생각해 보면 큰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구간의 소득 2억원에 2%를 뜻하는 0.02를 곱하면 바로 그 추가부담액이 계산되어 나오니까요.

이렇게 계산된 최상위 소득계층의 추가부담 총액의 최대치는 고작 1,800억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걸 두고 '부자증세'라고 부르는 게 민망하다는 느낌입니다.

그 결과 대선 때 문 후보가 내건 공약, 즉 최고소득세율을 42%로 올리겠다는 공약으로부터도 후퇴하게 된 셈입니다.

나는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내리는 미봉책보다는 아예 아주 높은 소득에 대해 지금보다 더 높은 최고소득세율을 신설하는 정공법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가만히 앉아 몇 백억원씩 버는 재벌이나 부동산 부자들에게 50%의 세율이 부당하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면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소득세율을 낮춰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당무계하게 높은 세율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 뒤 약간씩 내려 레이건(R. Reagan)이 등장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70%의 수준에 유지되었습니다.

이를 보면 소득세가 부과된 긴 역사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50%라는 최고세율이 결코 예외적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작고한 영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앳킨슨(A. Atkinson)을 위시해 현재 최고수준의 경제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사에즈(E. Saez), 피케티(T. Piketty) 등이 모두 최고소득세율을 50% 내지 60% 수준으로 올릴 것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경제학자들은 이 수준의 최고소득세율이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세금부담의 분배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내가 늘 주장하듯, 이제는 신자유주의의 신기루를 집어내던질 때가 왔습니다.

그들이 덜 열심히 일할 것이고 그 결과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즐겨 부르짖는 헛된 구호일 뿐입니다.

그러나 새 정부도 약속한 것을 실천에 옮기려면 상당한 증세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