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고용해 본 입장에서 생각하는 '최저임금 1만원'

지금 6천원선 정도인 최저임금을 2~3년 뒤에 1만원으로 올리면 나가떨어질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오로지 일선 고용주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최저임금은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에 관한 문제다.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들의 시급이 충분하지 않은데, 어느 한 쪽은 넘치도록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면 이것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구조가 극도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2017-07-07     고일석
ⓒ뉴스1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최소한 그만큼은 줘야 한다는 것이지 딱 그 만큼만 주면 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줬다.

1.

그 당시 알바 쓰는 마트 매장에서 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때였다. 그때 최저임금이 4,500원 정도 했을 것 같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최소한 그만큼은 줘야 한다는 것이지 딱 그 만큼만 주면 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줬다. 그리고 한 끼에 3,000원인가 했었던 구내식당 식권도 내가 사줬다.

주5일 근무를 하면 알바 한 명을 더 써야 했다. 그리고 각 알바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므로 월급도 줄어든다. 우리 알바 애들은 모두 학생들이어서 적게 받아도 주5일이 좋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6일 근무할 때와 똑같이 받아갈 수 있도록 시급을 더 올려줬다. 옆 매장에서는 시급 4,500원 주는데 우리 매장은 6.000원 가까이 됐다.

이렇게 남들보다 시급도 많이 주고 나름 복지도 하고 했으면 직원들도 더 열심히 일하고 장사도 잘 되고 해서 나도 돈 좀 벌고 했으면 좋았겠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당시는 마트업계의 확장기였다. 내가 몇 년 장사를 하는 동안 버스 몇 정거장 거리에 대형 마트가 세 개가 더 생겼다. 인근에 다른 마트가 들어서면 우리 매장 매출이 많게는 25% 정도 줄어든다. 마트 장사라는 게 무슨 마케팅을 하든지 경영 개선을 하든지 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주변 마트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막판의 1년 정도 고생을 하다가 마침 다른 할 일이 생기기도 해서 가게를 접었다.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오로지 일선 고용주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2.

내 경험을 얘기했지만 최저임금의 이해관계자들을 살펴보면 마트 장사는 그래도 형편이 좀 나았던 것 같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시도라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6천원선 정도인 최저임금을 2~3년 뒤에 1만원으로 올리면 나가떨어질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오로지 일선 고용주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마트에 일하는 사람들 시급을 1,000원 정도 올려주려면 어느 정도 필요할까? 이마트 소속이 아닌 일용직의 숫자는 이마트 직원이 비정규직 포함해서 2016년 기준으로 3만 명 쯤 된다고 하니 대략 비슷한 숫자 쯤 될 것이다. 그러면 하루 10시간 근무라고 했을 때 하루 만원, 25일 근무로 잡으면 월 25만원이다. 그럼 3만 명 시급 1,000원 올려주는 데 들어가는 돈은 많아봐야 그래봐야 75억이다. 자기네 수익을 그 정도 줄이고 그것을 점주들 몫으로 돌리면 매장에서 일하는 알바와 일용직들의 시급을 지금 당장 1천원씩 올려줄 수 있다. 분기당 1천5백억이니 월 500억 수익에서 75억을 빼는 게 적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정도 줄어든다고 이마트 쓰러지지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보면 프랜차이즈는 편의점보다도 더 아사리판인 것 같다. 이들이 거래 관계에서 부당하게 빼가는 수익만 점주 몫으로 돌려도 무슨 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면 20만 명 해고하겠다"는 따위의 헛소리를 할 일은 없다.

최저임금은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에 관한 문제다.

3.

한 달에 몇 십억씩, 몇 백억씩 벌어가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주고 자기들은 땡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땡겨가는 것이 마냥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일까? "우리 직원이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는데 한 달에 최소한 150만원씩은 가져가야 돼"라는 가치와 "그래도 대기업이고 본사인데 한 달에 최소한 몇십 억은 가져가야지. 물론 인건비와 각종 비용 다 빼고 순수익만. 거기에서 한 푼도 포기 못해"라는 가치가 부딪치면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까?

업주들이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개인적인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적정 임금 지급의 부담을 자영업자들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서 해결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말단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가치와 자본주의 시장에서 인정되는 무한 탐욕의 허용과 같은 다른 가치들이 부딪친다면 전자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다른 가치들을 조정해야 한다.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의 부당 거래 행위를 바로잡아주기만 해도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4.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 등의 최저임금 지급 여력 확보에 대해 깊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하도급 계약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의 부당 거래 행위를 바로잡아주기만 해도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어쩌면 지급하고도 남을 만큼 적정한 수익이 보장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제도적 노력만으로 한계 업체의 지급 여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음식점, 이미용실 등의 서비스요금이 어느 정도 인상되는 것을 사회 전체가 수용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합의가 견고하게 존재한다면 별별 명목으로 점주들 수익을 뜯어가는 체인점 본사들이나, 장사가 되거 안 되거나 때만 되면 무조건 월세 올려버리는 임대주들이 최소한 눈치라도 보게 되어 100만원 뜯어갈 것을 50만 원 정도로 줄이기라도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최저임금 1만원을 가지고 이렇게 시비가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