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성공" 미국에 심리적 선전포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화성-14형의 발사는 문재인-트럼프 합의를 뿌리째 흔든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어렵사리 대북 선제·예방 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잠재웠다. 김정은의 도발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대학생의 죽음에 부글부글 끓는 미국이다. 북한 선제타격론과 붕괴론이 다시 대두돼도 놀랄 일은 아니다.

2017-07-06     Young-hie Kim

북한이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TV 특별중대방송을 통해 발표했다.ⓒ조선중앙통신/뉴스1

김정은의 발사 승인서. ⓒ노동신문/뉴스1

국제항공연맹은 지상 100㎞ 위의 공간을 우주로 정의한다. 그래서 화성-14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주를 비행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이다. 의도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국이 핵무기보다 더 경계하는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에 대한 심리적인 '선전포고'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장 참관 모습과 발사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미사일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평안북도 방현 지역에서 발사됐다. ⓒ조선중앙통신/뉴스1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화성-14형의 발사는 문재인-트럼프 합의를 뿌리째 흔든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어렵사리 대북 선제·예방 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잠재웠다. 김정은의 도발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대학생의 죽음에 부글부글 끓는 미국이다. 북한 선제타격론과 붕괴론이 다시 대두돼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 재발을 걱정해야 한다. 선제공격→북한의 보복→전쟁의 공식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꼭 꼬집어서 요구하라.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끊으라고! 중국이 석유 공급만 중단하면 북한의 모든 시스템은 무너진다. 교활하고 무책임한 중국.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한 대응전략이 없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다음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때 ICBM도 언급했어야 한다. 한국에는 핵이 가장 큰 위협이지만 미국에는 ICBM이 더 심각한 실존적 위협이다. 미국을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북한과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는다.

괌과 오키나와의 미국의 모든 전략자산으로 북한을 포위하고 시진핑의 선택을 물어라. 거품이 많아 보이는 우리의 미사일 요격 능력도 실질적으로 점검·강화하라. 북한 도발의 평화적 해결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실낱같은 희망 하나는 김정은의 극단적인 행동이 미국과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싶은 열망의 표현이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본질상 그건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일 것 같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