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닿고 싶어요...이번엔 혼자가 아닌 함께"

2017-07-02     박수진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웃고 떠들며 연습을 계속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그 장면이 내내 기억에 남았다. 평론가 신형철이 장승리의 시집 '무표정'을 소개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비판이 다 무익한 것이 아니듯 칭찬이 늘 값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확한 비판은 분노를 낳지만 부정확한 칭찬은 조롱을 산다. 어설픈 예술가만이 정확하지 않은 칭찬에도 웃는다. 진지한 예술가들은 정확하지 않은 칭찬을 받는 순간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낄 것이다.”(신형철.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하여. '한겨레21' 제948호)

정확하게 칭찬받고 싶다는 욕망은, 듣는 이의 마음에 정확하게 가닿고 싶다는 욕망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소라의 노래는 구체성 없이 모호한 위로인 적이 드물다. 그는 상대의 마음이 멀어졌다는 애매한 표현 대신 정확하게 “같이 걸을 때도 한 걸음 먼저 가”고 “친구들 앞에서 무관심”한 연인의 뒷모습 때문에 “못 견디게 외로”운 마음을 “저울이 기울어 나만 사랑하는 거 같”다고 콕 집어 말한다.(‘시시콜콜한 이야기’)

심지어는 시작도 못 해보고 망한 연애를 기록할 때조차, 어떤 미화나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대신 이소라는 냉정하리만치 정확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남자나 연애에도 관심 없어 일에 파묻혀 살기 그런 게 나란 애니까.” 사람에게 어찌 다가가야 할지 모르고 맴돌던 그는 급기야 호격 조사를 붙여서 ‘사랑’에게 말을 건다. “좀 멈춰라 사랑아. 한 적도 난 없이 너를 보내버리고. 날 반하게 한 네게 이런 노래라도 남기고 싶어.”(‘좀 멈춰라 사랑아’)

잘해야 한다. 아마 이소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짐작을 할 것이다. 이소라는 자신의 노래가 청자의 마음에 정확히 가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단호하게 “이것은 노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이다. 2009년 소극장 공연 때에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목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정된 시간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 돌연 공연을 중단하고 관객들에게 입장료 전액을 환불해줬고, 2011년 '나는 가수다' 오스트레일리아 공연에서는 준비해갔던 곡들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공연 4시간 전에 급하게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선곡해 피아노 한 대만을 벗삼아 무대를 선보인 사람이다.

이소라가 까칠하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은 아마 이처럼 집요하게 ‘잘하기 위해’ 진력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소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온전한 건강 상태가 아닐 때면 자신의 이름을 건 KBS JOY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녹화도 펑크를 내는 사람이었으니까. 남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소라가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누구와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해 대판 싸웠다는 둥, 자기 프로그램에 립싱크를 하는 가수를 출연시킬 수 없다며 제작진과 불화했다는 둥 하는 소문들을 부지런히 옮겼다. 이런 수많은 소문들에 대해 굳이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미 대중에게도 이소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늘 스스로 다그치는 이소라가 음악여행길에 올랐다는 소식은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각자 저마다의 음악세계가 분명한 동료들과 함께, 소리가 정밀하게 통제되지 않는 길거리 버스킹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모르는 청자들을 향해, 통하지 않는 언어로 노래를 한다는 건 이소라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정확하게 가닿지 않는 위로에 괴롭지는 않았을까?

물론 이소라의 성격을 고려하면, 더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쉽게 쉽게 노래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올 초 SBS '판타스틱 듀오 2'에 나와서 남긴 말이 그 의미를 푸는 힌트일 게다. 이소라는 자신과 듀엣 무대에 설 마지막 1인을 선택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떨 때는 잘하고요. 어떨 땐 잘 못해요. 불안해요. 그게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거에서. 너무 나 같다는 생각? 그래서 끝까지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이런 것들은, 그 기준하고는 먼 거 같아요.”

이소라는 상대의 노래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평가하고 저울질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어하는 진심을 읽는다. 그렇다면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상대의 마음과 더 생짜의 진심으로 만나기 위한 다짐일 것이다. 그의 더블린 여행이, 그가 올해 안으론 꼭 발매하겠다는 9집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