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유라가 '삼성 말 세탁'을 은폐하는 데 개입했다고 본다

2017-06-20     박수진
ⓒ뉴스1

'삼성 승마지원'의 직접적 수혜자 정씨가 범행 과정에 적극 가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엄마 탓'으로 한차례 구속위기를 넘겼던 정씨는 이번에도 최씨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일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을 적용,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기존 혐의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정씨 주변인 조사를 통해 관련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정씨의 아들 보모와 마필관리사, 전 남편 등을 소환해 정씨의 해외도피 과정, 삼성의 승마 지원과정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씨도 연이틀 소환해 관련 혐의를 캐물었다.

검찰은 추가조사 과정에서 최씨 측이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말 비타나V 등을 블라미디르 등으로 바꾼 '말 세탁' 과정도 정씨가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5~2016년 최씨 측에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등 3마리를 제공했다. 최씨 측은 비타나V 등이 언론에 노출되자 삼성과 상관없는 말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했다.

최씨 측이 삼성으로부터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말을 지원받은 것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과정에 정씨가 관여 또는 개입한 것으로 보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검찰은 추가조사를 통해 정씨가 덴마크 구금기간 중 지중해 연안국가인 몰타의 시민권 취득을 시도했던 정황도 확인하고 도주 우려가 있음을 강조하는 전략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정씨 측은 말세탁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했고 최종 의사결정자는 본인이 아닌 최씨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은 단순 수혜자로 최씨의 지시를 이행한 것이라는 이전의 방어논리인 셈이다. 영장실질심사에는 이경재, 오태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정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새로 추가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며 "판사님께 말하겠다"고 했다. '제3국 시민권 취득 시도와 관련된 도주 우려'에 대해서도 "아들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고 전혀 도주할 생각도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정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도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