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삶

2017-06-19     행복공장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2] 아날로그적 삶

법인에서 사회복지사 소진 예방을 위해 '내 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행복공장'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블로그, 카페 등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아날로그식의 생활방식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의식중에 프로그램 정보를 얻기 위해 미디어, 매체 등을 활용하는 나를 보며 이미 디지털화되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사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독방체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체와 단절한 채 떠나 있는 경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에 있어서는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에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펴고 홍천으로 향했다.

푹~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들어가자마자 누워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나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주변인들을 빼놓을 수 없었고, 과거로 돌아가며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필두로 어릴 때 친구까지... 손편지를 쓰다 보니 컴퓨터, 핸드폰 문자메시지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정성과 진심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종착점은 '나에게로의 편지'였다. 무려 6장을 빽빽하게 쓰면서 거짓도 꾸밈도 없는 진정한 이야기를 썼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쓰는 것이라 자아를 탐색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장소의 영향인지 매일 쓰는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 곳에 젖어들어 바깥세상에서의 내가 아닌 그 곳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숙제처럼 여겨졌던 워크북의 내용 중에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는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찬찬히 쓰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가 되는 행동들에 대해 수정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올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청소년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인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시기의 청소년이 자아를 탐색하거나 인식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느낀 바가 있다면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글 | 이선미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