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고대사의 사이즈'에 집착해야 하는가

아무리 친일파의 연구라도 맞는 부분은 취하고, 아무리 독립운동가의 연구라도 비판받을 부분은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학문의 세계라고 믿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논쟁의 본질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70년이 넘어선 일제 식민지 청산의 관건은 결국 "한국인들의 자신감 회복"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한 우리가 왜 이렇게 고대사의 사이즈에 집착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2017-06-15     심재훈
ⓒ뉴스1

요 며칠 동안 제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역사 관련 글에 대한 댓글 중에 "역사학계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구를 해달라"는 선의의 당부가 꽤 있었습니다. 이게 아마 우리 국민들의 역사 연구에 대한 일반 정서이자 기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가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설사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연구라도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들의 한국고대사 연구에서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를 제대로 살펴본 연구자들 누구나 그 전반적인 연구 수준이 당시로서는 아주 높았음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일제 식민지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누구나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감히 얘기할 수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논쟁의 본질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70년이 넘어선 일제 식민지 청산의 관건은 결국 "한국인들의 자신감 회복"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한 우리가 왜 이렇게 고대사의 사이즈에 집착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