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생에게 재앙이 된 선거제도, 대한민국은?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등록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녹색당도 대학등록금 폐지에 찬성한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스코틀랜드에서 대학 무상교육정책을 펴고 있는 정당이다. 자유민주당도 보수당 보다는 대학등록금 문제해결에 적극적이다. 만약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였다면, 노동당이 중심이 되어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 대학등록금이 대폭 낮춰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중요하다. 영국의 대학생들은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이번 선거 이후에도 유럽에서 가장 비싼 대학등록금을 내야 할 것이다.

2017-06-13     하승수
ⓒNeil Hall / Reuters

영국은 65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데, 650개의 지역구에서 1등을 한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보수당은 이런 식의 지역구 중심 선거에 강하다. 그래서 보수당은 2015년 총선에서도 불과 36.9%의 득표율로 단독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 보수당은 단독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북아일랜드에 지역기반을 둔 민주연합당(DUP)의 10석을 합쳐서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득표율대로 하면, 정권교체가 됐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패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같은 국가들의 선거제도였다면,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바로 '삶의 질' 악화로 나타난다. 이번 영국 총선에서 대학생들의 투표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바로 대학등록금 문제 때문이다. 1998년 이전에 영국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이었다. 그런데 1998년에 등록금이 생겼고, 급속하게 올랐다. 지금은 1년에 9,250파운드가 넘는 대학등록금을 내야 한다. 1년에 1,300만원을 훌쩍 넘는 돈이다. 그런데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등록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녹색당도 대학등록금 폐지에 찬성한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스코틀랜드에서 대학 무상교육정책을 펴고 있는 정당이다. 자유민주당도 보수당 보다는 대학등록금 문제해결에 적극적이다. 만약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였다면, 노동당이 중심이 되어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 대학등록금이 대폭 낮춰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중요하다. 영국의 대학생들은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이번 선거 이후에도 유럽에서 가장 비싼 대학등록금을 내야 할 것이다.

6월 8일 정치개혁 공동행동 발족기자회견 장면

이처럼 좋은 대안들이 나와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가 안 되는 것이 문제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다룰 수 있는 '입법권을 가진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회는 법률안 심사권을 가진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을 다뤄왔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는 그런 특위는 없고, 법률안 심사.처리권도 없는 '정치발전특위'라는 유명무실한 특위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것은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는다. 그래야만 정당들이 책임있게 정책을 내놓고, 그것을 지키도록 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판을 바꾸는 길이고, 우리 삶을 바꾸는 길이라고 믿는다.